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8월 16일 금요일

아쉬운 경사 스툴 만들기

조카를 위해서 애쉬테이블을 만들어 주었는데 에이프런 때문에 기존에 쓰던 듀오백 의자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간편하게 방문교사가 앉을 수 있는 스툴을 만들어달라는 처제의 주문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좀 아쉬운 제작 과정이었습니다만... 다음번엔 더 잘 만들기 위해서 과정을 담습니다.






스툴의 설계

스툴은 만들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람의 체중을 견뎌야 해서 튼튼하고 안정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작은 조카가 이제 기어다니기 시작하기 때문에 아이가 스툴을 잡고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부상이 우려됩니다. 그래서 스툴을 직각이 아닌 경사를 주어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래로 갈수록 다리가 벌어지는 경사 스툴은 자세가 안정적이긴 합니다만 정해진 각도에 맞게 정확하게 절단해야 해서 수공구로는 참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경사 스툴을 만들려면 각도절단기가 절실합니다만... 톱만으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보통 경사 스툴은 각도를 양방향에서 주어 만드는데 그럴 경우 톱으로 자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공구의 한계를 받아들여서 한쪽만 각도를 주기로 합니다. 그래서 상판의 좁은 방향으로 각도를 줍니다. 대략적인 치수와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베란다에서 작업하는 것이 매우 고단한 작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쉬운 작업 방법인 피스 + 본드 + 목심으로 만듭니다. 이를 위해서 각재에 양 직각으로 에이프런을 연결하기 어려우므로 에이프런과 보강목은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서 피스간의 충돌이 없게 합니다.

상판은 집에 남아 있는 멀바우 18t 집성판재를 잘라서 사용하고, 다리는 레드파인 40x40 각재, 나머지 에이프런 및 보강목은 38x19 SPF 구조목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같은 모양의 스툴을 두개 만듭니다.

부재의 준비

집에 남아있는 자투리를 조사한 뒤 필요한 나무들만 아이베란다에 주문했습니다. 배달은 진작에 왔는데 계속 비가 오고 더워서 작업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습한 곳에 일주일 정도 나무들이 있다보니 상태가 많이 안좋더군요. 더러 휘어지고 더러 결오름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최대한 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본격적으로 해가 들기 전과 오후 다섯시 경 해가 늬엿늬엿할 때 작업을 합니다.


가장 먼저할 작업은 설계한 경사스툴의 각도인 3도로 절단하기 위한 가이드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각도 작업을 위해서는 아래 사진의 자유자가 있으면 좋습니다. 자유자를 각도계에 놓고 3도 정도로 맞춘 다음 너트를 죄어 단단히 고정합니다. 앞으로 이 각도가 계속해서 사용될 겁니다.


3도로 절단하기 위해서는 톱을 기댈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직각이 잘 맞는 40x40 각재 자투리를 준비해서 앞서 3도로 세팅한 자유자를 이용하여 정확하게 3도로 절단합니다. 만일 실패하면 다시 한번 잘라 정확하게 직각과 3도가 나오도록 절단합니다.


3도로 정확하게 잘라진 모습입니다. 자유자와 비교해 봅니다.


이제 각재와 에이프런 등을 3도로 잘라야 하는데 앞에서 만든 3도 가이드를 이용하여 톱을 기대어 절단합니다.


잘 절단된 모습입니다.


이런 식으로 다리를 하나 절단한 뒤 이 다리를 기준으로 나머지 3개의 다리를 절단합니다.


3도 경사로 절단된 네개의 다리입니다.


이제 에이프런을 자를 차례입니다. 3도 가이드를 대고 절단합니다.


하나가 잘리면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에이프런을 잘랐습니다만... 에이프런의 경우 기대는 높이가 작아서 나중에 보니 직각이 아니라 조금씩 틀어진 것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좀 애를 먹었습니다.


여하튼 긴 에이프런과 짧은 에이프런을 잘랐습니다.


조립 과정

직각으로 다리가 된 의자와는 달리 경사스툴은 아래로도 힘을 받지만 앞뒤로도 힘을 받습니다. 각재와 에이프런을 피스로 연결할 때 피스는 에이프런의 마구리면에 박히게 되는데 전의 글에서 보았듯이 마구리면의 나사못 유지력은 매우 낮습니다. 튼튼해야 하는 스툴의 요구사항 때문에 마구리면에 나사못을 튼튼하게 박는 팁을 이용하였습니다.

즉 나사못이 섬유질의 직각방향으로 박히도록 목심을 박아주는 겁니다. 이를 위해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10mm 목심을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에이프런의 양쪽 끝에 10mm 구멍을 내고 본드를 바른 목심을 박아줍니다.


이렇게 목심이 박히고 마구리면에 나사못을 박으면 목심의 섬유질이 나사못을 단단하게 잡아주어 튼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앞뒤로 힘을 받는 각도가 적용된 에이프런에 목심을 모두 박아두었습니다.


직각이 아니고 약간 틀어진 각도에 대해서 클램핑을 하기가 참 까다롭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적절한 각도로 두 부재를 붙인 다음 수직으로 클램핑하여 고정하는 식입니다. 아래 사진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아래 깔린 나무는 12t 레드파인 판재로서 에이프런과 각재의 간격을 조절하기 위한 간격재입니다.


피스 구멍을 이중기리로 깊이 낸 뒤에 나사못을 박아 넣습니다.


이런식으로 다른 쪽도 클램핑하여 나사못을 박습니다.


두개의 경사다리가 조립이 완료되었습니다. 경사면이 정확하게 수직으로 잘리지 않아 약간 틈도 있었으나 미리 사포로 좀 다듬어 주고 마구리면에 바른 본드가 마를 즈음에는 제법 튼튼하게 결합됩니다.


이제 두 경사다리를 보강재로 연결합니다. 이를 위해 아래 위 에이프런에 네개씩의 이중기리 구멍을 냅니다.


보강재는 직각으로 연결되므로 간단하게 코너클램프를 이용하여 잡아주고 본드를 발라 피스 결합합니다.


이런식으로 첫번째 스툴의 프레임이 완성되었습니다. 정확하지 못한 톱질로 만들어진 부재였습니다만 제법 정확하게 좌우 균형이 맞습니다. 제가 위에 앉아보았지만 튼튼하게 버팁니다.


두번째 스툴의 프레임을 만드는 중에 이중기리의 3mm 드릴비트가 나무 안에서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는 부러진 드릴비트를 피해서 다른 구멍을 뚫어서 진행합니다만 이 스툴의 특성상 다른 곳에 구멍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각재를 새로 하나 마련해야 하지만 남은 각재도 없습니다.

할 수 없이 드릴비트를 찾아내어 꺼내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앞뒤로 8mm 드릴로 구멍을 냅니다. 부러진 드릴비트에 닿는 소리가 나면 중지합니다. 그렇게 드릴비트 부분만 남겨놓은 상태에서 드라이버를 넣고 망치로 때려 부러진 비트를 꺼내었습니다. 이 과정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더운 베란다에서 시간 낭비만 한 셈이죠. ㅡ,,ㅡ

드릴비트를 찾아내기 위해 파낸 구멍은 목심으로 막고 이중기리 가공을 다시 합니다. 다소 틈이 있는 부분은 매꾸미로 매꾸고요.


여하튼 두번째 스툴도 이후로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두번째 스툴은 앞쪽 부재에 4mm 구멍, 뒷쪽 부재에 3mm 구멍을 내는 식으로 피스를 이용하여 클램핑하는 방식으로 조립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하면 잘 조립됩니다만 각도 절단된 부분이 정확한 수직이 아니라 나사못에 의해 면이 밀착되면서 프레임 전체가 상당히 틀어졌습니다. 첫번째 스툴 방식처럼 각도를 잡아놓고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여하튼 이중기리 구멍은 짧은 목심으로 메꿉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약간 튀어나온 것은 대패로 밀어주면 깨끗하게 마감됩니다.


상판 가공

이제 두개의 스툴 프레임이 만들어 졌으므로 상판을 가공할 차례입니다. 멀바우가 단단한 나무이긴 합니다만 톱질은 비교적 잘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날이 큰 일반톱은 잘 안되고 등대기톱과 같이 날이 작은 톱으로는 비교적 쉽게 절단이 가능합니다.

상판은 다른 부속과 측면이 연결되지는 않으므로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잘려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을 하나 그어놓고 그 선을 따라 등대기톱으로 조심스럽게 절단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아주 정확하게 직선으로 잘렸네요. 멀바우의 단단함 때문인지 잘려진 마구리면은 사포를 댈 필요도 없이 아주 깔끔합니다.


상판은 네 모서리를 30mm 지름으로 라운딩 처리합니다. 아래와 같은 자를 이용하여 잘라낼 모서리를 그려줍니다.


그려진 원과 접선 방향으로 톱으로 잘라줍니다. 사포로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므로 가능한한 톱으로 둥근 형태와 가깝게 잘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거친 80방 사포로 다듬어 주면 아래 사진과 같이 기계로 잘린 듯 아주 깔끔한 라운딩 가공이 됩니다.


상판은 8자 철물로 연결됩니다. 8자철물을 달 곳을 고민했는데 다리와 에이프런 가운데에 달기로 했습니다.


사포질된 상판과 8자철물이 연결된 프레임을 연결합니다. 그러면 백골상태로 완성됩니다.


마감 작업

마감은 자스민우드 투명 수성스테인 1회 바른 후 바라탄 폴리우레탄 수성바니쉬를 3회 발라줍니다. 멀바우에는 이 마감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먼저 수성스테인을 발라주면 멀바우의 색이 올라옵니다.


스테인이 마르고 난 뒤 가벼운 사포질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색이 너무 차분하고 좋습니다. 이대로 쓰면 좋겠지만 멀바우는 물에 닿으면 빨간물이 번져 나오는 특성이 있어 바니쉬 마감을 필히 해야 합니다. 바니쉬를 바르면 더 색이 진해지기 때문에 아래 사진과 같은 색감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바니쉬를 바르는 중입니다. 바니쉬 바른 후 2시간 동안 말리고 400방 사포로 가볍게 거친 부분만 살살 다듬어 주면 매끈한 마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툴이 완성되었습니다. 피스 구멍을 메운 목심 자국의 색이 달라 좀 아쉽습니다만... 나름 포인트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들어보니 멀바우 상판 때문에 아주 무겁고 안정적입니다. 스툴이 넘어지거나 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바니쉬를 바르고 난 뒤의 색감입니다. 투명 코팅에 약간 광이 생기고 색은 더 깊어집니다.


아쉬운 점

이렇게 스툴 두개를 완성해서 대전으로 여름 휴가를 갈 때 처제네에 배달해 주었습니다. 이미 갖추어진 다른 가구들과도 아주 잘 어울리더군요. 3도라는 직각인듯 아닌듯한 각도가 참으로 적절한 각도인 것 같습니다.


이 경사스툴을 만들면서 각도절단기가 참 아쉬웠습니다. 톱으로 3도를 틀어 자를 때 가이드에 기대어 잘랐습니다만... 너무 가이드만 믿었던게 똑바로 잘리지 않은 원인인 것 같습니다. 가이드를 의지하되 눈으로 항상 톱의 수직여부를 확인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두번째 스툴처럼 틀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피스+본드로 만들어진 스툴은 수직 방향의 힘에는 아주 잘 견딥니다만... 좌우로 흔드는 힘에 대해서는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습니다. 불안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사못의 탄성때문에 약간씩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장부로 끼우고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했으면 더 튼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우리집에도 스툴 두어개가 필요한데 날씨가 시원해지면 각도를 준 장부를 가공하여 튼튼하게 만들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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