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직박구리가 목련을 뜯어먹네요 - 집앞 꽃구경

지난 일요일 햇볕은 따뜻한데 바람이 너무 불어 쌀쌀했었죠. 어디 나가서 꽃구경이라도 하고 싶은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네요. 

베란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응봉산 북사면의 개나리도 어느덧 활짝 피었네요. 응봉산 남사면의 개나리야 이미 절정에 이르렀고 북사면의 개나리들은 좀 게으른 편인데 이제서야 펴서 알록달록 예쁩니다. 

응봉산 북사면에는 개나리, 산수유, 복숭아나무 등이 있어서 이들 꽃이 피는 4월에는 색깔이 다채롭답니다.

그런데 아파트 바로 앞을 내려다 보니 저번에 아이와 함께 봤던 산수유말고 다른 꽃들도 피었네요. 아들내미가 정원에 있는 분홍색 꽃나무를 보고 저게 뭐냐고 묻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아이와 함께 사진기를 들고 꽃구경을 갔습니다. 멀리갈 것 뭐 있겠습니까. 집앞이 꽃밭인데요.


이사갈 집을 구할 때 이 집이 선택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아파트 단지내에 나무가 잘 가꾸어져 있다는 겁니다. 제가 4계절을 겪으면서 단지내에서 보았던 나무와 꽃들만 해도 소나무, 전나무, 스트로브 잣나무, 측백나무, 주목, 향나무, 모과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목련, 벚나무, 아까시나무, 단풍나무, 중국단풍, 감나무, 철쭉(연산홍, 백일홍 등), 장미, 회양목, 사철나무, 산수유나무, 산딸나무, 개나리, 맥문동, 애기옥잠화, 비비추, 벌개미취, 달개비, 도라지 등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이들이 계절마다 피어내는 꽃들과 푸르른 잎들과 낙엽들은 저와 가족들에게 이야기거리와 추억들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중앙난방에다 대중교통도 불편하지만 저희 식구들은 이 곳을 사랑한답니다.

집앞의 봄꽃들이 피는 순서를 보니 산수유 -> 목련 -> 개나리 -> 매화 -> 살구꽃 -> 벚꽃 -> 철쭉 순인 것 같습니다. 현관을 나서자 마자 발견된 것은 전에도 소개드린 산수유꽃입니다. 일주일 전에 감상했을때 보다 훨씬 허드러지게 활짝 피었네요.


산수유 나무 옆에 아직은 어리지만 힘껏 하얀꽃을 낸 매실나무의 매화가 있습니다. 매화는 보통 이렇게 흰색의 꽃이 핍니다만 분홍색 꽃이 피는 홍매화도 있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는 잘 아시는 매실이구요. 어찌보면 벚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만 개화시기가 벚꽃보다 2~3주 빠릅니다.


그 옆에는 목련이 있네요. 그런데 목련은 이제 꽃이 질려고 하네요. 목련은 꽃이 피기 전 봉오리가 가장 예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만개하고 나면 좀 아름다움이 덜해집니다. 그런데 직박구리가 목련꽃을 뜯어먹고 있네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어른들 말씀이 연상되는 장면입니다.


보통 주택가를 차지하고 있는 새들은 비둘기들인데 이상하게 우리집 앞에는 비둘기는 보이지 않고 직박구리들이 떼로 모여 사네요. 직박구리들이 우는 소리가 제법 크기 때문에 아래층에서는 제법 시끄러울 듯도 합니다.

 직박구리는 참새목에 속하지만 참새보다 훨씬 커서 30cm 정도 됩니다. 무엇보다 우는 소리가 크고 특이해서 금방 식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민첩하고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텃새이고 성질이 더러워서 왠만한 영역싸움에서는 까치같이 큰 새들도 몰아낸다고 하네요. 여하튼 비둘기가 아니라 직박구리가 집앞에 사는게 더 좋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베란다에서 아들내미가 저 분홍색꽃이 뭐야? 하고 물었던 그 꽃나무 앞으로 갔습니다. 멀리서 볼때는 복사꽃인가 살구꽃인가 헷갈렸는데 가까이서 보니 살구나무의 꽃이네요. 벚꽃보다 약간 일찍 피는 살구꽃은 만개하면 벚꽃과 비슷하지만 붉은 꽃받침에서 점점 연해지며 피어가는 과정이 매우 아름다운 꽃입니다. 그래서 제가 봄꽃 중에서 최고로 치는 꽃이기도 하구요.

아래 사진처럼 붉은 꽃받침에서 솟아나는 조그만 분홍색 꽃봉오리가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만개한 살구꽃은 하얗게 탈색이 되어 벚꽃과 비슷해집니다. 하지만 붉은 꽃받침때문에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집앞에 살구나무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6월이면 살구열매를 볼 수도 있겠네요.


아파트 단지 전체적으로는 벚나무가 가장 많습니다. 지금 벌써 벚나무는 꽃봉오리가 나오기 시작하던데 2주후면 절정으로 필 것 같습니다. 그때 다시 아이와 함께 벚꽃구경을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집앞에 있는 봄꽃부터 아이와 함께 먼저 살펴보세요. 하나하나 저도 아이와 함께 배워 간답니다.

참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응봉산에 가기로 했답니다. 개나리 축제 구경하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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