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7월 17일 금요일

마누 차오의 Clandestino : 이방인을 위한 절절한 랩소디

최근에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이 핑도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곡조가 애절한 것도 아니고, 가사가 슬픈 것도 아닙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가사가 스페인어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최근에 큰 감명을 받았던 마누 차오(Manu Chao)의 Clandestino라는 음악을 소개 드릴까 합니다.

제가 이 음악을 알게 된 것은 즐겨찾아 듣는 Playing For Change에서 이 음악을 다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Playing For Change는 세계 각국의 음악가들로부터 연주와 노래를 녹음하고 합쳐서 하나의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특이한 실험을 몇년 전 부터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첫 히트작인 "Stand by Me"는 EBS를 통해 소개되어서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지요.  세계 각국에서 녹음한 것을 믹싱하기 때문에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기가 어려울텐데,  이런 작업에 이제 이골이 났는지 가면 갈수록 더 매끈하고 빈틈이 없습니다.

그런데 Playing For Change 단체의 특성상 바른 생활 노래나 올드팝 위주라서 레퍼토리가 참 단조로웠습니다.  "Stand by Me", "One Love", "Sittin' on the Dock of the Bay", "A Better Man", "Redemption Song" 등이 제가 좋아하는 Playing for Change의 작품들입니다.  그런데 이후로는 단조롭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우연히 듣게 된 이 Clandestino...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Clandestino는 불법체류자를 위한 노래

이 곡을 원래 불렀던 사람은 마누 차오(Manu Chao)라는 프랑스의 음악인입니다.  1961년 생이니 50대 중반의 경륜있는 음악인입니다.  마누 차오의 부모는 스페인 북부 지방에서 살았는데, 그의 할아버지가 스페인의 악명높은 독재자 프랑코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하자, 도망치듯 프랑스로 넘어 왔습니다.  그래서 마누 차오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하지만 이방인으로 살았죠.

마누 차오는 젊은 시절 그의 형제들이 주축이 된 Mano Negra라는 록밴드를 결성해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1995년 이 밴드를 해체하고 난 이후로는 솔로로 활동을 했는데, 이때부터는 자신의 음악적 실험을 맘껏하게 됩니다.  라틴 음악과 레게에 심취하였고,  노랫말도 스페인어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의 음악에 큰 영향을 준 이가 쿠바 출신의 Bola de Nieve라고 하는데,  편안하면서도 발랄한 음악들을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스페인어로 노래를 해서인지 그의 팬은 남미에 많습니다.  공연도 남미에서 많이 한다고 하네요.


마누 차오는 특히 불법체류자의 처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가랐지만, 그의 정신적 고향인 스페인은 좁은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모로코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프리카로 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배를 타고 스페인으로 밀입국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페인은 이민자의 나라라고 합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그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남미의 경우도 미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  마누 차오는 그들은 단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족을 먹이기 위해 도망치듯 들어와 아둥바둥 살고 있는데,  부자 나라에서 너무 그들을 괴롭힌다고 부르짖습니다.

이 노래 제목 Clandestino는 "은밀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밀항자, 불법체류자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마누 차오는 그들의 어려운 처지를 노래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Playing For Change 팀이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들렀을 때 우연히 마누 차오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 인연으로 몇몇 작품을 같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마누 차오의 Clandestino도 기꺼이 Playing For Change를 위해 내놓았고, 본인도 한 파트를 담당해서 멋진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초반에 나오는 Said Chraibi의 우드(Oud) 연주는 정말 애절함 그 자체입니다.  우드는 5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중동지방의 전통악기인데,  기타와 비슷하지만 통이 커서 깊은 소리가 나고 한번에 두줄씩 뜯는 특징이 있습니다.


세네갈 음악인인 Cheikh Gueye의 젬베 연주가 전체적인 음악의 중심을 잡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많은 남미 음악인들이 같이 했습니다.  숨가쁘게 음악을 몰아가다가 마지막에 바이얼린 연주가 나오는데, 여기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리조나의 반이민 정책 비난

멕시코와 맞닿아 있는 아리조나 주에서 최근 SB.1070이라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에는 불법체류자로 의심된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체포가 가능하다고 하는 등 이방인들의 인권 침해 요소가 많아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도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비난을 했습니다.

마누 차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지요.  아리조나 시민 단체와 같이 Clandestino를 불법체류자 수용소 앞에서 공연하고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그의 라이브 밴드 기타리스트인 Madjid Fahem와 단 둘이 황량한 수용소 앞에서 공연했습니다.  마치 디스트릭트9의 외계인 수용소처럼 어이없고 비참한 상황입니다.

이것도 한번 들어보시죠.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고, 불법체류자 문제도 무시못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살 것인가, 그들을 배척하며 살 것인가를 이제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가 어려워지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배척이 심해집니다.  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런지 생각해 보세요.  그들을 그저 싼 맛에 쓰는 노예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사회의 불안정성과 파괴적 본성은 차별과 불평등에서 싹튼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겁니다.

I come only with my punishment
There comes only my conviction
Running is my fate
In order to deceive the law
Lost in the heart
Of the great Babylon
They call me the Clandestine*
'cause I don't carry any identity papers

To a northern city
I went for work
I left my life behind
Between Ceuta and Gibraltar
I'm a just a rake on the sea
A ghost in the city
My life is prohibited
Says the auth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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