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2월 11일 수요일

끌 연마와 숫돌 사용법

FWW #169 "A User's Guide to Waterstones"를 기반으로 내용을 보충했습니다.

날 연마(Sharpening)는 두개의 잘 다듬어진 면이 날카로운 각으로 만나게 하는 걸 의미합니다.  당신의 대패나 끌 날을 쉽고 빠르게  날카롭게 세울 수 있다면 작업 과정도 쾌적하고,  만드는 작품의 품질도 향상됩니다.

제가 애용하는 날 연마법은 일본식 합성 물숫돌을 사용하는 겁니다.  이 연마 시스템은 더 빨리 연마할 수 있고, 날도 더 날카롭게 세울 수 있습니다.

최종 마무리에 쓰이는 8000방 숫돌은 3 마이크론 크기의 연마재를 사용합니다.  즉 숫돌로 인한 스크래치의 크기가 1.5 마이크론 이하라는 의미입니다.   연마를 위한 다른 시스템인 자연석 숫돌(Arkansas Stone),  세라믹 숫돌,  다이아몬드 숫돌 등은 이 정도 고운 입자를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가격 측면에서도 합성 물숫돌은 다른 시스템에 비해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경제적입니다.  기본 구성인 800방, 1200방, 6000방 그리고 나구라(Nagura) 숫돌까지 마련한다고 해도 $75 이하로 구성할 수 있으며,  6000방을 8000방으로 바꾼다 해도 $100 이하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숫돌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규범화된 사용법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숫돌의 보관

800방이나 1200방과 같이 비교적 거친 숫돌은 물에 반쯤 담궈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모를 곰팡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약간의 표백제를 섞기도 합니다.  만일 영하로 내려가는 작업실에서 숫돌을 보관한다면 당연히 물에 넣어 보관하면 안됩니다.   물을 품은 상태에서 숫돌이 얼면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만일 건조하게 보관된 숫돌이라면 사용하기 전에 5분 정도 물에 담궈주어야 합니다.

4000방 이상의 고운 숫돌은 건조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용하기 전에는 물에 담구는 것 보다는 분무기로 물을 살짝 뿌려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숫돌의 평을 잡는 법

연필로 숫돌 표면에 선을 그리면 숫돌 평잡기 작업의 진도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P240 방수 사포를 물에 적신 뒤에 10mm 정도 두께의 유리 위에 올려 놓습니다.  물의 표면장력 때문에 사포가 자연스럽게 고정될 겁니다.

숫돌에 그려진 연필 선이 모두 지워질 때까지 숫돌을 갈아내면 평을 잡은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서리를 살짝 갈아내면 됩니다.


숫돌이 고르게 마모되도록 하라 

물숫돌은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마모되도록 의도되어 있습니다.  만일 서툴게 숫돌을 사용하면 숫돌이 빠르게 오목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두가지 테크닉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길이 방향으로 연마하기

날의 끝부분이 10mm 정도 밖으로 나가게 놓은 다음 손으로 끌을 지긋이 누른 상태에서 숫돌 길이 방향으로 왕복함니다.  숫돌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간에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왕복하면서 천천히 날 끝부분을 숫돌 중심부로 이동시킵니다.  그리곤 반대로 다시 날 끝부분이 숫돌 밖으로 나갈때까지 천천히 이동하면서 길이 방향으로 왕복합니다.

대략 10번 정도 왕복할 때 한 스텝이 이루어지도록 하면 됩니다.  이런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끌의 뒷면이 계속 닿는 숫돌의 절반이 더 많이 닳게 됩니다.  50번 정도 왕복했다면 숫돌을 180도 돌려서 똑같은 방법, 같은 횟수로 반복해야 숫돌의 모든 면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습니다.

100번 정도 왕복을 했다면 앞서 언급한 유리 정반에 붙인 방수사포로 숫돌의 평을 잡습니다.

폭 방향으로 연마하기

길이 방향으로만 연마하면 뒷날이 볼록해지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래서 직각 방향인 폭 방향으로도 연마를 해야 합니다.  비슷하게 날 끝이 밖으로 나간 지점부터 날끝이 숫돌 폭의 중간 즈음에 올때까지 짧게 왕복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숫돌의 길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숫돌 전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길이 방향, 폭 방향을 번갈아 가며 갈아야 뒷날의 평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뒷날의 스크래치 패턴은 직각의 형태가 될 겁니다.  만일 특정 부분의 스크래치 패턴이 직각이 아니라 한쪽 방향만 존재한다면 뒷날의 평이 아직 덜 잡힌 겁니다.

뒷날 잡기의 목표는 끌 날의 끈 부분에 한해 그라인더로 갈아서 만들어진 자국을 없애고 매끈하게 광을 내는 것입니다.   끌의 품질에 따라 이 그라인더 자국을 없애기 위해서 여러번 이런 패턴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뒷날이 현저히 볼록한 경우는 뒷날 평잡기만 한두시간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끌은 아예 처음부터 반품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일반적인 품질의 끌이라면 20분 정도면 뒷날을 깨끗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날끝으로부터 10mm 정도가 800방 숫돌로 일정한 스크래치를 내면 일단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편 6mm 이하의 좁은 폭의 끌인 경우는 폭 방향 연마만 하기 바랍니다.  좁은 폭의 끌에 깊이 방향 연마를 하면 뒷면을 볼록하게 만드는 경향이 더 큽니다.

제대로 뒷날을 내었다면 뒷면이 0.4mm 정도로 약간 오목하게 될 겁니다.

고운 숫돌로 넘어가기

800방 숫돌로 했던 작업을 1200방 숫돌로도 진행합니다.  하지만 10분 정도로 필요 시간은 짧습니다.  그리고 폭방향 연마로 마무리하고 다음 숫돌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뒷날의 평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800방 숫돌로 만들어진 스크래치가 어느 정도 제거되었다면 8000방 숫돌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8000방 숫돌을 사용하기 전에는 분무기로 살짝 물을 뿌려주거나 손으로 물 몇방울을 살짝 튕겨주는 정도로만 준비합니다.  그리고선 나구라(Nagura) 숫돌을 8000방 숫돌 위에 원을 그리면서 긁어주어 슬러리(slurry)를 만들어 줍니다.


8000방 숫돌로도 길이 방향, 폭 방향으로 뒷날을 연마합니다.  뒷날이 약간 오목하게 되었다면 가장자리를 중심으로 광이 나기 시작할 겁니다.  뒷날이 오목하면 평면을 이루는 영역이 적다는 얘기고 그만큼 연마하는데 드는 시간도 적다는 걸 의미합니다.   뒷날 전체를 완전히 거울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앞날 연마하기 

뒷날 내기에 비해서 앞날(경사각, bevel side)을 연마하는 것은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몇도의 경사각을 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30도 정도면 적당합니다.   저도는 보통 습식 그라인더를 이용하여 경사각 23도로 날 모양을 잡습니다.  사실 각도가 딱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라인더로는 날 끝까지 날카롭게 세울 필요는 없는데,  날끝의 이가 나가는 등의 흠집이 있을 경우에만 그라인더로 날 끝까지 가공합니다.  일반적으로 0.4~0.8mm 정도를 남겨두고 그라인더로 날 모양을 잡으면 됩니다.

이제 숫돌로 끝부분의 날을 세우면 됩니다.  가능하면 각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호닝가이드(honing guide)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저는 Eclipse 호닝가이드를 카피한 저렴한 중국산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당길때만 힘을 주어서 끌날이 숫돌을 파고드는 걸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패날과 달리 끌 날은 폭이 좁아서 숫돌을 상하게 할 확률이 높습니다.


날을 세우기 위해서는 27.5도로 연마되도록 호닝가이드에 물린 다음, 800방 숫돌로 날을 세웁니다. 그리고는 호닝가이드에서 3mm 정도 더 짧게 물려서 30도 각을 만듭니다.  이렇게 이중날을 세우면 나중에 날을 세울 때 매우 빨리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30도 경사각은 나구라로 슬러리를 만든 8000방 숫돌에서 서너번 정도 당기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들어 집니다.  8000방 숫돌은 갈아내는게 아니라 광을 내는 숫돌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세요.  8000방 숫돌에서는 큰 힘으로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뒤로 넘어간 버(burr)를 제거하기 위해 8000방 숫돌에서 뒷날을 대고 폭 방향으로 몇번 당기는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한번 날 모양을 잡아 놓으면 다음에 날이 무뎌져 다시 날을 세울 때는 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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