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1월 7일 수요일

2015년 묵호항 대게 투어

겨울이 되면 제 블로그에서 갑자기 조회수가 오르는 글이 있습니다.  바로 "묵호항 대게"에 대한 글입니다.  작년 1월에 묵호항에서 대게를 먹은 경험을 올렸던 것인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습니다.  사실 작년 2월에도 또 한번 더 먹으러 갔더랬습니다. ^^

저희 식구들에게도 묵호항 대게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나 봅니다.  2015년 1월이 되자 올해는 대게 먹으러 안가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1월 3일 토요일, 처가쪽 모든 식구들이 참여하는 묵호항 대게 투어가 있었습니다.

어른만 8명에,  어른만큼 먹는 아이들 3명, 그리고 울 아들을 포함해 입이 짧은 아이 2명 이렇게 총 13명의 큰 규모입니다.

아침 7시 30분, 서울에서 출발했습니다.  예상외로 막히는 곳 없이 수월하게 갔습니다.  영동고속도로가 끝나는 강릉에서 동해시가 있는 남쪽으로 좀 내려가다 보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동해휴게소"가 보입니다.  몇번이나 들러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는데,  드디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바람은 몹시 심하게 불었지만,  기온이 영상2도 정도라 견딜만 합니다.  게다가 푸른빛 바다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마침 주머니에 500원이 있길래 아이에게 망원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파도가 보인다며 좋아합니다. 


여기서 전국 각지에서 오는 식구들을 만났습니다.   약속 장소로 좋은 곳입니다.

이제 묵호항으로 갑니다.  동해휴게소에서 10여분 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확한 행선지는 "묵호항 활어판매센터"입니다.  작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불행히도 아직 대게의 속살이 차지 않아서 그런지 물량이 많지는 않더군요.  빈 대야가 많습니다.


작년에는 1월말경에 와서 살도 많이 차고 어획량도 많아 보였는데,  우리가 너무 일찍 온 것 같습니다.  어획량이 적어서 그런지 가격도 좀 비싸 보이고 씨알도 별로 굵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인당 한마리 정도만 먹기로 하고, 횟감을 좀 떠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작년에 대게를 샀던 곳은 이날 아예 대게가 없었고,  올해는 이 "백봉호"에서 14마리를 샀습니다.  그리고 자잘한 크기의 두마리는 서비스로~


어른들이 대게 사느라 분주한 동안 아이들은 항구에서 바다 구경을 합니다.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바다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지요.


대게를 파는 바로 오른쪽 편에 횟감을 파는 곳들이 있습니다.  백봉호 사장님께서 자기 딸이 거기서 횟감을 판다며 소개해 주더군요.   이름도 "백봉수산"입니다.  젊은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더군요.  대게와 함께 먹을거고 인원수를 얘기하니 알아서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추천해 주십니다.


방어, 도다리, 쥐치, 우럭새끼, 오징어, 해삼, 멍게 등등 해서 6만원어치 샀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꽤나 저렴한 가격인 것 같습니다.


이제 대게와 횟감을 들고 식당으로 가야 합니다.  활어판매센터 건너편에 여러집이 있습니다만 저희는 저 "묵호항 횟집"을 선호합니다.  지난번에 다른 곳에 갔다가 대게 찌는 솜씨에 실망한 적이 있거든요.


작년에는 대게 먹느라 바빠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는데,  이번에는 자세히 먹는 사진을 찍어 봤습니다.

먼저 회가 나왔습니다.  빨간색 살이 방어인데 고등어랑 비슷합니다.  하얀색은 도다리이고, 쥐취도 조금 있습니다.  작은 물고기들은 세꼬시로 내 왔네요.  이런 접시가 세개가 나왔으니 작은 양은 아닙니다.   밑에 무채가 깔리지 않은데다가 모두 자연산이라는 걸 감안하면 저렴한 가격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게보다는 회가 더 맛있더군요.  다음번에 온다면 회를 중심으로 하고 대게를 서브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오랫만에 맛본 쥐취회는 어릴적 낚시로 잡아서 먹어 보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방어와 도다리도 훌륭했습니다.


대게는 찌는데 30~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러니 횟감을 좀 사와야 기다리는 동안 허기를 면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대게가 나왔는데 막상 1인당 한마리라니 좀 빈약해 보입니다.  게다가 다리를 까보니 살이 반 정도밖에 차있지 않습니다.  1월말에 왔다면 거의 90%정도 차 있을텐데 아쉽습니다.


1인당 한마리에 반밖에 차지 않은 속살이라 대게의 양은 좀 부족했습니다.  대게를 먹으면서 식구들과 1인당 대게 몇마리가 적당하냐는 토론이 있었는데...  제 생각에는 살이 꽉 차 있다면 1인당 1마리 반이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살이 좀 덜 차 있거나 씨알이 적다면 1인당 2마리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대게는 꽃게와 반대로 다리에만 살이 있고 몸통은 보잘 것 없습니다.  내장도 검은색이라 식감마저 떨어집니다.  그래서 잘 모를때는 그냥 몸통들을 버립니다만 이것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수고스럽지만 몸통에서 살을 발라내어 이렇게 대접에 모으세요.  대접은 비빔밥 할거라고 횟집에 얘기하면 줍니다.  이 정도 양이면 공기밥 3개 정도 비빌 수 있습니다.  횟집에 비벼달라고 하면 참기름과 김가루를 뿌려서 가져다 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맛있는 대게 비빔밥이 됩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대게가 부족해서 허기지다고 서운해할 필요 없습니다.  이 비빔밥으로 충분히 맛과 양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리 매운탕을 끓여달라고 얘기해 두면 밥먹을 시간에 맛있게 끓여 내옵니다.  대게만 먹은 경우에는 게탕이 되는거고 대게와 회를 먹은 경우에는 대게 매운탕이 되는 겁니다.  이 매운탕도 아주 예술입니다.  대게 비빔밥을 먹고도 너무 맛있어서 공기밥을 시켜 더 먹었습니다.  제가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데 말이죠... 쩝.


상차림 비용은 이렇습니다.  아마 일대의 모든 횟집이 동일한 가격일 겁니다.


참고로 전체적으로 든 비용을 알려드릴게요.  대게 16마리(서비스 포함)가 25만원, 횟감이 6만원, 횟집에서의 대게 찌고, 회 뜨고, 매운탕 끓이고 했던 상차림 비용이 1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13명이 별미를 푸짐하게 먹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호사도 괜찮겠지요.

하긴 서울에서 여기까지 온 기름값도 생각해야 하지만... ㅡ,.ㅡ    이 가격은 어획량과 씨알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묵호항에는 건어물을 파는 곳도 많아서 쇼핑할 만 합니다.  요즘 명태가 우리나라에서 안잡히니 러시아에서 잡힌걸 수입해서 우리나라에서 말리는군요.


먼길을 달려서 동해까지 왔는데 대게만 먹고 갈 수는 없지요.  작년에는 강릉 선교장과 묵호 등대를 둘러보았는데,  올해는 근처에 있는 "천곡천연동굴"을 갔더랬습니다.  꽤나 괜찮았습니다.

그 얘기는 다음 글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