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1월 9일 금요일

쓰릴 있었던 동해시 천곡동굴

지난 글에 올렸듯이 대게 먹으러 서울에서 묵호항까지 거의 3시간을 달려 왔습니다.

아무리 대게가 맛있다 한들 이렇게 멀리까지 대게만 바라고 오진 않겠죠.  게다가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재밌는 곳에 데려다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요.

동해시 근처에는 유명한 해수욕장과 멋진 해변들이 있지만 한겨울에는 다 소용없는 곳입니다.  멀리까지 대게를 먹으러 왔다면 최대한 이곳에서 즐기다 가야하기에 항상 골머리가 아픕니다.  작년에는 강릉 선교장과 묵호항 등대에 들렀습니다.

올해도 같은 곳을 갈 수 없어 좀 찾아 보았는데, 눈에 띄었던 곳이 "천곡천연동굴"이었습니다.

작년 어느날 아들이 책에서 석회동굴과 종유석에 대해서 보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더니 저보고 석회동굴에 가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작년 고성 상족암에 갈때 단양에 있는 고수동굴을 들러서 가려고 했는데 동선이 안나와서 포기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이게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마침 동해시 그것도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석회동굴이 있다는 걸 알게되어 매우 기뻤습니다.  도심에 있는 석회동굴이라는 점도 특이해서 호기심을 자극했구요.  대게를 먹고 부른 배를 두드리던 아이들에게 천곡천연동굴에 가자고 하니 다들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나섰습니다.

묵호항에서 동굴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보이던 아름다운 가로수가 인상적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히말리야시다" 다른 이름으로 "개잎갈나무"인 것 같습니다.  뿌리가 깊이 내리지 않아 바람에 잘 넘어진다 하여 가로수로 적합치 않다고 하는데,  바람강한 동해에서 잘 버틸지 걱정입니다.


천곡천연동굴 입구에 이렇게 안내도가 나옵니다.  어떤 동굴은 완주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리고 계단도 엄청나다고 하던데, 여기는 아이나 어르신들이 즐기기에 딱 좋은 거리에 계단도 적어서 좋더군요.


동굴 입구는 아래 사진처럼 생겼는데 앞에 있는 헬멧을 꼭 써야 합니다.  안내하시는 아저씨가 겁을 잔뜩 주는데 머리 부딪히는 사람 많다고 헬멧을 꼭 쓰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을 위한 작은 헬멧은 없더군요.  ㅡ,.ㅡ


날 닮아 유난히 머리통이 작은 아들에게 이 헬멧은 너무 크더군요.  아들의 걱정하는 표정이 실감납니다.  그런데 키가 120cm인 아들이 부딪힐 정도로 낮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걱정되시는 분들은 집에 있는 아이의 자전거 헬멧이나 인라인 헬멧을 가져오는게 좋겠습니다.


동굴로 내려갑니다.  이곳은 수평굴이라 계단이 그리 많거나 높지 않습니다.


초입에는 광물의 표본들이 반대편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동굴은 전체적으로 색이 변하는 LED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어둡진 않습니다.  삼각대 없이 사진을 찍기에도 비교적 충분한 광량이더군요.


석회암은 이산화탄소가 섞인 빗물이나 지하수와 반응하여 물에 잘 녹는 탄산수소칼슘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침식이 일어나 석회암 동굴과 종유석 등의 기묘한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책으로만 보았던 석회암 동굴과 종유석을 직접 본 아들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석회암이 녹아서 고드름 모양으로 달린 것을 "종유석"이라 하고,  석회암이 녹아 땅에 떨어진 것이 위로 자라는 것을 "석순"이라 하며,  종유석과 석순이 결국 만나 기둥 형태가 되면 "석주"라고 합니다.  이 동굴에서는 이런 과정을 찬찬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동굴을 밝히는 LED 조명은 색이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같은 종유석도 시간에 따라 달리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다양하고 멋진 사진찍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런 석회 동굴에는 종유석과 석순의 모양을 다른 형상에 빗대어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민망하지만 아래 사진의 석순에는 "남아의 기상"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기 직전입니다.  색까지 보라색을 받아서 살아있는 파충류의 피부 같습니다.


중간 중간 이런 너른 공간이 나옵니다.  이런 곳에서 인증샷을 찍으면 좋겠지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방학 동안 체험활동을 하고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더군요.


머리 부딪힌다고 조심하라고 한게 허언은 아니더군요.  이렇게 머리에 부딪힐 수 있는 높이에 암석이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저도 두어번 부딪혔습니다.  헬멧을 썼기 때문에 다치진 않았지만 깜짝 놀라기는 했습니다.  아이들 헬멧도 잘 챙기시고 뛰거나 장난치지 않도록 주의시켜야 합니다.


동굴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곳입니다.  모양도 그러하고 빛도 다채로워 멋진 사진이 나왔습니다.  똑딱이로 대충 찍어도 이 정도입니다.


천곡 동굴에는 최근에 공개된 "저승굴"이라는 가지굴이 있습니다.  저승굴은 높이가 낮아서 대단히 조심해서 가야 합니다.  마치 저승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듯 뽀얀 종유석 끝에 물방울이 매달려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자라고 있겠지요.  이곳에는 종유석을 만지지 마라는 경고가 많이 붙어 있는데,  손으로 자꾸 만지면 손때가 타서 종유석이 까매진다고 합니다.


저승굴을 나오면 출구가 가깝습니다.  바깥 기온이 영상 7도 정도인데 이 동굴 안은 더 더웠던 것 같습니다.  머리에 땀이 흥건합니다.  그냥 흐름을 따라 한바퀴 돌면 30분 정도 걸리는 군요.  관람로는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더 찬찬히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바탕 땀을 흘린 뒤라 목이 마른 막내 조카가 음료수를 원샷하고 있습니다.  바깥은 완전히 봄 날씨입니다.  1월 3일 한겨울에 이게 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동굴 2층에는 전시실이 있습니다.  사실 이 전시실에서 먼저 석회동굴에 대한 공부를 하고 동굴을 둘러보면 더 좋을 겁니다.  늦었지만 아들과 함께 올라가 봅니다.


다양한 광석들에 대한 샘플들도 있고...


석회동굴의 생성 과정에 대한 모형도 있습니다.  아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천곡동굴에서는 여름철에 아래 사진처럼 공포체험 이벤트를 한다고 합니다.  진짜 무서울 것 같습니다.  동해에 피서 오면 들러봐야 겠습니다. ^^


이렇게 동굴 구경을 하고 나와도 오후 3시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더 재밌는 거 없냐고 다시 똘망똘망한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고민을 하다가 몇해 전에 대관령에서 눈썰매 탔던 기억이 나서 스마트폰으로 급히 검색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횡계 대관령 눈꽃축제는 1월 9일부터 시작이라고 홈페이지에 나오네요.   다른 곳인 대관령 눈꽃마을은 오후 4시까지 밖에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기대에 부풀었다가 급실망 합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더 서둘걸 그랬습니다.   오전에 대관령에서 눈썰매를 신나게 타고 묵호로 넘어와 대게를 먹고, 천곡동굴로 갔으면 하루를 알차게 보냈을 텐데요.  참 아쉽습니다.

어쨌든 묵호항 대게 투어가 우리 가족의 연례 행사가 될 조짐이니 눈썰매는 내년도 프로그램으로 남겨둡니다.   아쉽지만 모두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이렇게 2015년의 묵호항 대게 투어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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