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5월 26일 월요일

서리골-몽마르뜨 공원-서래마을 걷기

이 글은 2014년 5월 16일 서리골 공원에서 몽마르뜨 공원과 서래마을 걸었던 기록입니다. 바로 전 주에 다소 힘든 인왕산 성곽길을 걸었던 터라 이 때는 약간 쉽다고 생각되는 이 코스를 택했습니다. 강남의 주택가를 관통하는 공원이라 그런지 꽤나 잘 정비된 걷기 코스였습니다.

전체적인 코스 소개

코스는 고속터미널역에서 시작합니다. 서울성모병원 뒷산인 서리골 공원을 따라 걷다가 반포대로를 가로지르는 누에다리를 건너면 몽마르뜨 공원에 이르게 되고 여기를 내려서면 서래마을로 접어들게 됩니다. 서래마을은 프랑스인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대략 2Km 남짓한 거리로 완만한 경사의 산책길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어린 아이들도 무리없이 갈 수 있습니다.


고속터미널 - 누에다리 구간 (서리골 공원)

출발은 고속터미널에서 했습니다. 지하철 3호선 7번 출구 혹은 7호선 3번 출구로 나오면 됩니다. 저희는 3호선 7번출구로 나왔습니다. 출구에서 나오면 정면에 JW 메리어트 호텔 옆면을 보게 되는데 아래 사진과 같은 계단을 올라서면 됩니다.


계단을 올라서면 동서를 가로지르는 사평대로인데 여기를 건널 수 있는 아래 사진과 같은 멋진 육교가 있습니다. 메뚜기처럼 생겼네요. 이 육교를 건너면 됩니다.


육교가 끝날 즈음 왼쪽으로 연결되는 경사로로 내려서면 됩니다.


번잡한 도심의 대로 주변이라 시끄럽고 복잡한 곳이지만 바로 이렇게 한적한 숲의 끝에 닿아있기도 합니다. 사진에는 잘 표현되지 않지만 여기서 세갈래 길로 나뉘는데 제일 오른쪽 직진 방향의 흙길로 가면 됩니다. 이후로 이정표가 나오면 무조건 "누에다리" 방향으로 가면 됩니다.


이곳에 코스 안내판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어디서 출발하고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가는지 알려줍니다. 우리는 서리풀 공원 입구의 서리풀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서래마을로 내려설 계획입니다. 이 코스는 세개의 공원이 연결된 코스입니다. 고속터미널에서 누에다리까지는 "서리골 공원"이고, 누에다리부터 서리풀다리까지는 "몽마르뜨 공원", 서리풀다리에서 방배역까지는 "서리골 공원"입니다.

저희는 서리골 공원과 몽마르뜨 공원을 거쳐서 서래마을로 내려 설 것입니다. 좀 더 숲길을 걷고 싶다면 서리풀 다리를 건너 서리풀 공원까지 걸으셔도 좋습니다. 약 2Km정도가 추가되는 완만한 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완만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요즘은 흙길을 만나기가 쉽지 않죠.


산 밑에서 능선으로 올라서는 짧은 오르막 계단이 있습니다. 인왕산까지 등반한 아들인지라 이정도는 가뿐하게 뛰어서 올라갑니다. 뒤에서 보는 내내 흐뭇합니다.


경사가 급해 보이지만 힘든 정도는 아닙니다.


분위기 좋은 흙길 입니다.


이상한 소리가 나서 옆의 나무를 쳐다봤는데 아까시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가 발견되었습니다. 부리로 쪼고 있는 옆면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불행히도 제대로 나온 사진은 이것 밖에 없네요. 아이와 함께 한동안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장면을 바라 보았습니다. 노을공원에서도 오색 딱따구리를 본 적이 있는데 이 곳의 딱따구리는 잿빛에 가깝네요. 그런데 왜 하필 단단하기로 유명한 아까시나무를 골랐는지... 딱다구리는 부드러운 포플라 류의 나무를 좋아하는데요. 힘든 여정이 예상됩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보니 이 곳 숲에는 아까시나무와 참나무가 참 많습니다. 참나무 중에서는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가 눈에 많이 띄더군요. 아래 나무는 홀로 서 있는 제법 밑둥이 굵은 상수리나무입니다. 상수리나무의 도토리가 묵을 하면 제일 맛있다고 하지요? 잎을 보면 상수리와 굴참나무가 비슷한데 잎의 뒷면이 연두색이면 상수리, 뒷면이 흰색이면 굴참나무라고 합니다. 수피도 굴참나무는 코르크 형상이구요.


능선으로 올라서니 운동시설이 보입니다. 이 곳에서는 서울 성모병원이 한눈에 내려 보이네요. 운동시설을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아들이죠. 또 한바탕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자도 있어서 쉬기 좋은데... 출발지에서 여기까지는 불과 15분이면 올라오기 때문에 쉬기에는 애매한 위치입니다. 아이가 운동하는 동안 저희 부부는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자외선이 좀 무서워야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제 부터는 능선을 따라 걷는 한적한 숲길입니다. 길 옆으로 잔뜩 뭔가를 심어 놓았는데 피려고 하는 꽃모양을 보니 수국인 것 같네요. 일주일 뒤에 왔으면 장관을 볼 수 있었을 텐데요. 꽤나 빽빽하게 많이 심어 놓았네요.


서울의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숲길을 즐길 수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기대하지 못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는 길 주변에 철쭉을 잔뜩 심어 놓았네요. 꽃이 질려고 하는 타이밍입니다.


길을 가다가 이런 수피를 가진 나무를 많이 발견했습니다. 수피가 하얗고 이파리가 자작나무의 그것과 많이 닮아서 자작나무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뭔가 다르더군요. 자작나무의 수피는 종이처럼 쭉쭉 길게 벗겨지는데 이 나무는 다이아몬드 형태로 수피가 벗겨져 있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조사해보니 "은사시나무"더군요. 은사시나무는 버드나무과의 나무로 포플러(은백양)와 사시나무의 교잡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종입니다. 그래서 한때 이 나무가 병충해에 강한 장점이 있어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전국의 임야에 많이 심어졌다고 합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산에서 흰 나무를 볼 수 있는데 거의 대부분 이 은사시나무인 경우가 많다는 군요.


그런데 이 은사시나무의 꽃가루가 흔히 봄철이면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솜털처럼 날리는 그 꽃가루입니다. 알러지를 유발한다고 하여 도시에서는 은사시나무를 베어내는 추세지요. 사실 버드나무과의 나무들 대부분이 이 솜털 모양의 꽃가루를 뿌려대며, 사실은 꽃가루도 아니고 민들레 홀씨처럼 열매에 깃털이 달린 것이죠.

그런데 정작 알러지를 유발하는 꽃가루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풍매화들의 꽃가루입니다. 자작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의 꽃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공기 중에 떠다니고 이것들이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체질에 따라 알러지를 유발합니다. 정작 눈에 보이는 큰 버드나무들의 솜털은 보기에만 그렇지 알러지를 유발하지는 않습니다. 참 아이러니지요.

은사시나무와 더불어 이 곳에 참나무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굵은 떡갈나무들이 참 많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여기가 "참나무 쉼터"이더군요. 아까 그 정자보다는 여기서 쉬어가는게 타이밍 상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앞에서 많이 쉬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갑니다.


약간의 내리막이 있습니다. 이제 곧 도로와 만난다는 징조지요.


이 곳에 이렇게 밑둥이 잘려나간 참나무들이 있습니다. 참나무 시들음병에 걸린 참나무들입니다. 이 병에 걸리면 치료방법이 없어서 무조건 베어내야 한답니다. 이러다 전국의 참나무가 다 전멸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참나무 숲 어디를 가도 이렇게 잘라내고 비닐로 덮어놓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 이 비닐을 손상시키거나 벗기면 안됩니다.


드디어 누에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이 다리는 반포대로를 가로지르는 높은 다리라서 조망이 좋습니다. 누에 모양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멋있는 다리이기도 하구요. 높아서 저는 좀 무섭더라구요.


몽마르뜨 공원 - 서래마을 구간

누에다리를 건너면 몽마르뜨 공원입니다. 공원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것은 아래의 누에상입니다. 사실 이 일대가 옛날에는 강물이 범람하는 모래사장과 뽕나무 밭이었다고 하지요. 그래서 누에를 많이 쳤다고... 그래서 "잠원"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지요.


몽마르뜨 공원에 대한 설명이 있네요. 원래 이 곳은 아까시나무가 무성한 야산이었는데 2000년에 배수지를 이곳에 만들면서 공원을 조성했다고 하네요. 보통 주변보다 높은 야산에 물탱크를 만들어 상수도를 보관하고 아랫쪽의 마을로 수돗물을 공급하는데 이런 곳을 배수지라고 합니다. 배수지는 땅에 묻기 때문에 그 상부는 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지요. 저희 동네에도 여기보다 큰 규모의 대현산 배수지가 있습니다.

몽마르뜨라는 이름은 아마도 서래마을에 프랑스인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의 몽마르뜨도 언덕 지역인데 이곳도 야산이니 비슷한 지형인가요?


몽마르뜨 공원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잔디밭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습니다. 저희는 아무 준비를 안해 왔지만 캐치볼이나 배트민턴, 축구 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곳에서 햇빛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어 마치 외국에 온 느낌입니다. 그 외에는 일반적인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몽마르뜨 공원을 내려서면 다시 도심지역으로 가는 것이라 이곳에서 좀 쉬기로 합니다. 이런 소나무 그늘이 있어 자리잡고 간식을 꺼내 먹었습니다. 도란도란 얘기도 하구요. 사실 이번 걷기 코스는 너무 짧아서 좀 시시한 감도 있습니다. 그냥 쉰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이곳에 아까시나무가 많습니다. 아까시 꽃이 한창일 때라 아까시 꽃 향기가 주변을 감싸고 있습니다. 좋네요.


몽마르뜨 공원 한 귀퉁이에는 작지만 깨끗한 화장실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들어섰던 곳의 대각선 반대방향 출구로 나가면 됩니다. 그러면 이런 다리가 보이는데 이게 바로 서리풀 공원으로 넘어가는 서리풀 다리입니다. 더 숲길을 걸으려면 다리를 건너면 되지만 2Km 정도를 더 걸어야 산 아래로 내려설 수 있습니다. 서리풀 다리를 비껴서 오른쪽 길로 내려가면 서래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서래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 "서래공방"이 보입니다. 헤펠레 목공방 서초점이구요. 저희는 시간이 없어 그냥 지나쳤습니다만 전시된 가구를 구경할 수 있고, 각종 소품들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에 살 수 있어 간단한 선물을 할 계획이 있으시면 쇼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방 앞에 보라색 꽃이 예쁘게 핀 오동나무가 인상적입니다. 옛날에는 딸을 낳으면 혼수를 할 가구를 만들기 위해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여기 오동나무도 공방을 오픈하면서 심은 것 같네요.


10분 정도 주택가를 통해 걸어나가면 이런 메인 도로가 나옵니다. 프랑스학교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서래마을의 다양한 맛집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눌님 말로는 원래 이곳이 프랑스의 빠띠쉐들이 빵을 굽는 곳이 있어 유명한 곳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마눌님이 예전에 몇번 가 봤던 빵집으로 가봤는데... 그게 벌써 10년전 이라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네요. 많이 한국화 된 것 같다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 타이밍이라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이없게도 떡볶이를 먹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마을에 와서 좀 생뚱맞지만... 이곳에 제법 유명한 "반장 떡볶이"가 있더라구요. 아이가 매울까 짜장 소스 떡볶이를 시켰는데 꽤나 맛있더군요. 다음 번에 매운 떡볶이를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이 신당동 떡볶이 골목이랑 가까워서 즉석 떡볶이를 자주 먹는 편인데... 신당동 보다 훨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청결해서 좋았습니다.


후식으로 근처에 있는 일본식 붕어빵을 파는 "아자부(AZABU)"에 갔습니다. 사실 호기심으로 먹어본 건데... 저는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 파는 붕어빵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가격도 비쌉니다. ㅡ,,ㅡ


이곳 아자부에 있는 의자가 참 맘에 들더군요. 심플한 디자인의 원목 의자인데 따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사진에 담아 왔습니다. 깔끔합니다.


이렇게 해서 고속터미널 -> 서리골 공원 -> 몽마르뜨 공원 -> 서래마을에 이르는 걷기 여행이 끝났습니다. 워낙 중간에 많이 쉬고 놀아서 시간은 꽤나 걸렸지만 매우 쉽고 빨리 주파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하지만 여행이 달리기 시합은 아니니 함께 하는 사람과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나무 구경도 하고 공원에서 쉬면서 서래마을에서 맛있는 것도 사먹는 코스를 잡아 보시면 데이트 코스로도 꽤나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서래마을 맛집은 직접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서래마을도 상업화가 많이 되어서 좋은 식당을 찾으려면 정보를 좀 수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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