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2월 6일 금요일

나무로 가는 세상 정모에 참석하다

지난 11월 30일 (토) 제가 주로 뺀질나게 드나드는 "나무로 가는 세상" 카페의 정모가 있었습니다. 40년을 넘게 살면서 카페 활동을 해본 건 몇번 없고 더군다나 오프모임에 나갔던 적은 한번도 없어서... 사실 정모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카페에서 설레발을 쳐놨고 덕풍언니가 떡하니 스탭으로 임명하는 바람에 안 갈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잘 매치 시키지 못하는 저로서는 참으로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눌님에게 며칠전부터 토요일 카페 정모에 가야 된다고 하니... 안하던 짓 한다면서 의심을 합디다. 바람피는거 아니냐면서... ㅡ,,ㅡ 하긴 제가 어디 모임에 나가서 술먹고 노는 스타일이 아니니 제가 이런 정모 나간다는게 이상하게 보이기는 했을 겁니다. 그래서 마눌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아들을 데리고 갈려고 했습니다만... 정모 시간이 저녁부터 잡힌터라 어렵게 되었습니다. 술먹는 분위기일 테니까요.

여하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마눌님을 달래기 위해 토요일 정모를 가기 전 아들과 함께 대학로에 아동극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마눌님이 어디서 구해온 티켓인데 유효기간이 다되어가서 미룰 수가 없더군요. "혹부리 영감"이라는 전래동화를 음악극으로 만든 거랍니다.

아들이 전철 타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전철을 타고 갔더니 5분 정도 공연시간에 늦었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서 공연을 보았습니다. 거의 대부분 아이들이 엄마와 왔고 아빠와 엄마랑 온 팀이 하나, 그리고 아빠랑만 온 팀은 저희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아들이 좀 주눅든 표정입니다. 아이들이 그런게 좀 있습니다. 자기만 다르면 좀 불안해 하죠.


4명의 뮤지컬 배우가 나와서 하는 공연인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꽤나 재밌게 구성을 했더군요. 특히 저 도깨비는 1인3역인데 아들이 제일 좋아했던 캐릭터입니다. 줄거리는 뭐 다 아시는 혹부리 영감이 노래주머니 혹을 떼주고 부자가 되고, 샘을 낸 심술부리 혹부리 영감이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왔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공연은 한시간 정도였고 공연을 마친 시각이 12시, 아들과 대학로에서 점심을 사먹으려는 계획이었지만 아들은 한사코 집에 가서 엄마랑 밥을 먹겠답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엄마랑 오니 엄마가 보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집으로 다시 전철을 타고 가서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ㅡ,,ㅡ 

집에서 정모 장소인 목요공방을 어떻게 가야하나 조사를 해보았는데 의외로 버스로 간편하게 갈 수 있더군요. 집에서 한남대교 북단까지만 가면 거기서 1150번 광역버스를 타면 한번에 목요공방 인근인 문형삼거리나 문형2리 정류장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서 분당까지는 금방 가는데 광주 오포읍을 들어서면서 부터는 갑자기 완행버스로 돌변하더군요. 덕분에 시골 구경 실컷 했습니다. 


목요공방에 도착하니 오후 4시 30분... 벌써 많은 분들이 와서 벌써 술판을 벌이고 있더군요. 5시까지는 강습을 한다더니... 계획이 변경되었나 봅니다. ㅡ,,ㅡ 어림잡아 50분 정도 오신 것 같더군요. 예상보다 많이들 오셨습니다.

좀 뻘쭘하면서 들어와 서성이는데 "불타는 고무다라"님이 반갑게 맞이 하십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지라 좀 친숙하지요. 그리고 비슷한 동네에서 사는 "한판"님 옆자리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에게 나눔을 주신 "야생화"님과 "체니"님 그리고 "꼬챙이"님과 인사를 나누었구요.

가구파로 저와 많은 필담을 나누었던 "드라이쏠"님, "미켈"님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나중에 미소년 "키타노"님과도 인사를 나누었구요. 자동차 미니어처를 만드시는 "포크"님, CNC의 대부 "고운"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수제 기타를 만드는 점잖은 "지묵"님과도 많은 기술적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외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면을 서로 확인했습니다. 넷상에서 보고 상상했던 얼굴과 실제 얼굴을 매치시키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그런데 제 글을 많이 보신 분들은 제가 아주 샤프하고 날카로울 것 같은 이미지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실제 보니 푸근한 아저씨라고.... 네... 살이 쪄서 그렇습니다. 저도 살찌기 전에는 금성무 소리 들었습니다. ㅡ,,ㅡ

각 회원들이 나눔으로 내놓은 값진 물건들을 추첨하는 재밌는 시간도 있었는데 드릴프레스에서부터 쿠미키, 소품 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카페 매니저님이 즉석에서 4면대패 쳐서 경품으로 내놓은 편백판재와 대형 소나무 떡판입니다. 소나무 떡판 당첨된 분은 어떻게 들고 가셨나 모르겠습니다. ^^

이날 음식이 참 푸짐했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메뉴만 해도 소머리 수육, 랍스타, 대하구이, 부침개, 홍합탕, 과메기, 시루떡... 이건 뭐 고급 부페가 따로 없더군요. 이 모든게 가능한 것이 공방에 있는 화목 난로 덕분이었습니다. 화목난로가 있으니 이런 요리들이 쉽게 가능하더군요. 이래서 목공카페의 정모는 겨울에 하나 봅니다.


좀 더 오랫동안 얘기들 나누고 친해지고 싶었지만 저질 체력으로 인해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더군요. 서있어도 불편하고 앉아 있어도 불편해서 눕고만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녁 9시쯤에 나섰습니다. 여러분들께 집에 가겠다고 인사드리니 덕풍언니가 선물 한보따리를 챙겨주셨고, 저에게 무환자 팔찌를 나눔주셨던 "토종나무"님이 순대를 주셨습니다. 토종나무님이 포천에서 순대 공장을 하신다네요. ^^

서울까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한 직장에서 계속 10년 넘게 일하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참 좁아졌는데 이렇게라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니 참 좋구나... 그리고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자기걸 기꺼이 내놓는 분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기적인 IT쟁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네요.

어쨌든 목요공방에 이제 안면을 틔였으니 나무도 이제 목요공방에서 사 보려고 합니다. 이왕이면 서로 돕고 사는게 좋지요. 즐겁고 행복한 정모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연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