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1월 16일 토요일

인도 음식과 효창공원 나들이

IT 프로젝트들이 으레 그렇듯이 발주처에서 예산을 쥐고 여섯달 혹은 여덟달을 꼼지락 거리다가 년말이 다 되어가면 발주를 내고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그러다보니 IT 엔지니어들은 년말이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도 올해 4개의 프로젝트가 년말을 타겟으로 돌아가고 있네요. ㅡ..ㅡ

그러다보니 요즘 주말 중 하루는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네요. 마눌님도 아이도 불만지수가 점점 치솟고 있습니다. 이럴때 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짧고 임팩트있게 봉사를 하는 겁니다. 가장 쉬운게 외식을 하고 근처를 산책하는 것이죠.

지난 주도 일요일에 회사를 나가야 해서 토요일에 미리 선수쳐서 아들내미에게 물었습니다. "아들~ 뭐 먹고 싶은거 없어? 오랫만에 외식하자~" 했더니... 아늘 하는 말이...

"아빠~ 어제 인도에 대한 책 봤는데 커리랑 난이랑 먹고 싶어~"

어제 엄마랑 읽은 책이 세계 여러나라에 대해 소개하는 전집 중 인도 편이었나 봅니다. 거기에 인도를 소개하는 아이가 커리랑 난을 먹는데 자기도 먹고 싶다는 겁니다.

저도 인도 음식 특히 커리와 난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비싸서 자주 못먹을 뿐이죠. 검색을 통해 이태원에 인도인 쉐프가 한다는 인도 음식점을 찾아냈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이태원의 문제는 역시 주차입니다. 주차할 곳이 없습니다. ㅡ,,ㅡ 어째저째 겨우 주차를 하고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지하에 있는데다가 조명도 어둡고 인테리어도 인도풍(?)인지라 살짝 룸싸롱 분위기더군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역시 비쌉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한식집에서 불고기 실컷 먹을 정도겠더군요. 어쨌든 아들내미가 커리랑 난이랑 먹고 싶다고 하니까... 아들에게는 처음으로 맛보는 인도 음식일테니까... 시켰습니다.


좀 가벼운 코스를 시켜서 먼저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샐러드는 인도풍이 아니겠죠? 하지만 블랙 올리브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괜찮은 샐러드더군요.


음식이 나왔습니다. 시금치를 베이스로 한 커리와 치킨과 토마토를 베이스로 한 커리 그리고 사프란(saffron) 밥과 난(naan)이 나왔습니다. 난은 인도인들이 즐기는 일종의 얇은 빵인데 화덕에 붙여서 굽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사프란은 붓꽃과의 식물로서 예로부터 향신료와 노란색의 식용색소로 많이 쓰여 왔습니다. 사프란은 꽃 하나에서의 추출량도 적고 일손도 많이가서 가장 비싼 식재료 중의 하나인데 1파운드(450g)당 $1,000의 가격이니 후덜덜하죠? 1파운드의 사프란 가루를 만들려면 7만~20만 암술대가 필요로 하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식당에서 사프란 밥이라고 파는 것들이 정말로 사프란인지는 의문입니다. 그래도 그냥 즐기면 그만이지요. 머.

아들내미 어찌나 커리랑 난을 잘 먹는지 결국 난을 두개 더 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먹을 수 있다는 아들내미... 새로운 음식에 대한 추구는 저나 마눌님을 빼다 박은 것 같습니다.

이태원에서 식사를 마치고 늘 가봐야지 하면서 못 가봤던 효창공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이태원에서 가깝기도 하고 효창공원에 묻혀계시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아들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효창공원 바로 앞에 분위기가 좋은 커피집이 있길래 들러보았습니다. 이름은 마다가스카르네요. 요즘 세계에 대해서 공부하는 아들내미에게 참 시의적절한 가게이름입니다.


카페 안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건 저 오래된 자동차입니다. 아마도 없었다면 테이블 두개를 더 놓을 수 있을텐데... 이곳 주인은 테이블 한두개보다 인상적인 인테리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참 좋은 마인드입니다.


중앙에 놓여있는 큰 고재테이블에 자리 잡았습니다. 소나무는 이렇게 세월을 먹으면 아주 좋은 느낌의 갈색으로 변합니다. 집에서 놓고 쓰기에는 좀 부담스럽지만 이런 카페에는 고재테이블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커피를 만들고 주문을 받는 곳도 참 인상적인 인테리어네요. 와인잔이 매달려 있어 샹데리에 같은 느낌을 주고 매달려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도 인상적입니다. 마눌님이랑 이런 분위기 좋은 카페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이런 넓직한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 ㅋ 별다방 커피 가격과 맞먹더군요. 머 어쨌든 분위기 하나만은 정말 맘에 드는 곳입니다.


안에는 갖가지 인테리어 소품들이 즐비해서 찬찬히 구경할만 합니다.


커피를 사서 잠깐 앉아서 마시다가 효창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효창공원의 입구에서 아들내미가 포즈를 잡아봅니다.


원래 이곳 효창공원은 어릴때 죽은 정조의 아들과 그의 어머니를 묻은 곳으로 "효창원"이라 불리었습니다. 일제시대때 일제에 의해 이 무덤들은 서삼릉으로 이장되고 공원으로 바뀌었죠. 해방 후에 김구 선생의 주도하에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등의 삼의사와 이동녕, 조성화, 차이석 님의 등의 유해가 이곳에 모셔졌고, 김구 선생도 사망 후에 이곳에 모셔졌습니다. 그러므로 이곳은 독립투사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신성한 곳이지요.

그래서 진작부터 한번 오고 싶었습니다만 이제서야 겨우 찾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완연한 날씨라 낙엽이 우수수... 분위기가 스산합니다. 마눌님은 아직 인대 부상이 낫질 않아 다리를 절뚝거리네요. 아들내미는 멋모르고 까불고 있고...


삼인의 의사가 모셔져 있는 삼의사묘입니다. 날씨도 쌀쌀하고 마눌님이 다리가 불편해서 올라가보지는 못했습니다.


독립투사들이 모셔져 있는 엄숙한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이런 운동시설들도 있습니다. 공원이라 그렇겠죠. 특히 이런 1인 그네는 참 특이하네요.


이 곳의 참나무란 참나무는 모두 저렇게 끈끈이로 둘러놓았더군요. 참나무 시들음병을 예방 혹은 확산하지 못하게 위한 조치입니다. 참나무 시들음병에 걸린 참나무는 치료방법이 없어 속절없이 그 생명을 마치게 됩니다. 참 무서운 병이지요. 이곳의 참나무들도 모두 무사하기를 바랍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른 효창공원이지만 참 씁쓸한 감정이 들더군요.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이 김구 선생입니다. 김구 선생과 더불어 윤봉길, 이봉창 열사의 묘와 안중근 의사의 가묘가 있는 이곳이 그냥 동네 공원 격으로 있다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일본으로 치면 야스쿠니 신사와 같은 곳인데 일본의 정치인들이 때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논란을 일으키는 것에 비하면 우리 정치인들이 효창공원을 찾아 김구 선생과 독립운동에 애쓴 열사들에게 참배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보기 힘듭니다.

얼마전 뉴스에서 이곳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승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주민들과 일부 보수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집옆에 공원이 아니라 묘지가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라고 하네요. 지금 수명을 다해서 볼품없어진 효창운동장을 리모델링하여 공원으로 활용하고 이곳 묘역은 국립묘지로 만들어서 그분들의 노고에 맞는 품격있는 대우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아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해주었는데 이해를 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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