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북한강 자전거 도로를 타다

2주전 장인어른이 잘나가는 카본 로드바이크를 지르시고 저와 함께 첫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그때 매주 함께 라이딩을 하겠노라고 덜컥 약속드렸는데, 지난주는 제가 알러지가 심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토요일 밤에 아예 처가로 넘어와서 일요일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라이딩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런날 있죠? 왠지 모르게 뒷골이 서늘한 날... 이 날도 그런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저는 아직 알러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장인어른은 개천절날 이미 라이딩을 한번 하셔서 좀 피곤하신 듯 하기도 하고... 좀 찜찜하긴 했습니다.

어쨌든 이날은 원래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국수역까지 왕복하려고 나섰는데 즉흥적으로 북한강철교를 건너지 않고 직진하여 북한강 자전거길을 조금 달려 북한강연수원에서 돌아왔습니다. 편도로는 18km, 왕복 36km를 쉬엄쉬엄 식사도 하고 해서 다섯시간 동안 라이딩을 했습니다. 지지난주보다 무려 10km를 더 라이딩한 셈이네요. 하지만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아서 별로 피곤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번 라이딩때는 달리느라 바빠서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사진을 남겨보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제가 카메라의 메모리를 챙겨오지 않아서 하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제가 얼마전 스마트폰을 베가 아이언으로 바꾸어서 화질 자체는 문제되지 않는데 문제는 사진을 찍으려면 패턴도 풀어야 하고 카메라 아이콘도 클릭해야 하는 등 조작이 복잡하다는 거죠.

근데 이게 바로 사단이 났습니다. 하남 처가집에서 길을 나서서 하남 자전거길로 들어설 즈음 저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장인어른의 라이딩 모습을 멋있게 찍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야 한다는 걸 제가 예측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장인어른이 아래 사진처럼 왼쪽으로 꺽어 들어가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를 당겼죠.

근데 문제는 제가 한손에 폰을 든 상태라 핸들을 한손만으로 잡고 있던 상태였다는 겁니다.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바로 넘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아래의 멋진(?) 사진을 남기고 바로 장렬히 고꾸러 졌습니다. 스마트폰은 멀리 나뒹굴고 팔꿈치와 무릎이 까이고... 속도를 낸 상태가 아니라 그냥 찰과상 정도인데 너무 챙피하더군요. 장인어른이 깜짝 놀라 왜 그랬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한눈 팔다가 그랬다고 둘러댔습니다. 사진 찍으려고 그랬다고 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거니까요.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ㅡ,,ㅡ

다행히 바닥으로 나뒹군 베가 아이언은 쇠로 둘러진 폰이라 그런지 아무 이상이 없더군요. 상처도 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구요. 이게 라이딩을 하자마자 제가 자빠진 스토리입니다. 여러분 절대로 한손으로 핸들을 잡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당기지 마세요. 큰일 납니다.


이날 날씨가 정말 환상이었습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였죠. 하늘은 푸르고 햇볕은 따뜻하고 시원한 맞바람!이 불어서 저희를 좀 힘들게 하기는 했지만 아픔을 잊어버리고 정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팔당댐 아래에는 이렇게 모래섬들이 있어서 새들이 안식할 곳이 있습니다. 다행히 팔당댐 유역은 서울시민들의 상수원이라 4대강 사업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나마 이런 풍광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팔당대교 인근은 오르막이 많아서 허벅지가 좀 당깁니다. 그래서 팔당댐이 빤히 보이는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을꽃인 쑥부쟁이가 지천에 널려 있네요. 쑥부쟁이는 벌개미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꽃피는 시기가 좀 느리고 꽃이 좀 작습니다. 벌개미취는 아름다운 색에 조형미가 있다면 쑥부쟁이는 소박한 맛이 있는 정겨운 꽃입니다.


저 멀리 팔당댐이 보입니다.


팔당댐을 지나면 이런 기차가 지나던 터널을 통과합니다. 나름 색다른 운치가 있습니다.


팔당댐을 지나 일종의 호수라 할 수 있는 팔당호가 나옵니다. 물의 흐름이 적어서 거울처럼 주위의 산들이 비치네요. 정말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이런 분위기의 자전거길이 죽 이어집니다. 맞바람만 아니었으면 좀 속도를 내보고 싶었던 길입니다.


곧 능내역에 도착합니다. 하늘 색깔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지금 시간은 비교적 이른 오전 9시경이라 아직 북적이지 않습니다만 점심시간이 지나면 이 능내역은 자전거와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그만틈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곳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갑자기 정지하는 자전거들이 많습니다.


능내역에서 잠깐 쉬면서 코스를 조정했습니다. 북한강철교를 건너지말고 춘천방향으로 뻗어있는 북한강 자전거길로 가보기로요. 장인어른도 처음 가는 거라고 하시더군요.


능내역에서 북한강철교는 금방입니다. 이 부근에 중앙선 운길산역이 있고 그 앞 강변에는 "물의 정원"이 꾸며져 있습니다. 자저거를 묶어놓고 물의 정원을 구경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입니다. 나중에 마눌님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유명한 드라마 촬영지라고 하더군요. 저희 부부가 보는 "결혼의 여신"에서도 여기가 나왔다고...


북한강 유역은 4대강 사업의 직선화 및 보 건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그래서 이런 수변의 슾지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어 매우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뭐든지 자연스러운게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햇볕에 반짝이는 물결과 끼욱끼욱 하는 새들의 소리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물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이 다리의 이름은 뱃나들이교입니다. 이름도 잘 지었고 다리 자체의 조형미는 뛰어납니다만 이 주변의 자연스러운 풍경과는 좀 안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나무 다리였으면 어땠을까요?


강가로 나가는 길에 이렇게 돌을 깔아 두었습니다. 장마로 이곳이 범람해도 길의 흔적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까요?


강가는 참 고즈넉합니다. 장인어른께서 원래 이곳은 무릎밖에 오지 않는 얕은 천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팔당댐이 들어서면서 이렇게 큰 강이 되었다고 하네요.


물의 정원 구경을 대충 마치고 다시 라이딩을 위해 자전거 매놓은 곳으로 가는데 하늘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아직 이곳의 나무들은 심은지 얼마되지 않아 어리네요. 아무쪼록 잘 자라기를 바라는데 버드나무류가 아니라 벚나무들을 심어놓아서 습기찬 이곳에서 잘 버틸지 걱정입니다.


온전하게 북한강 자전거길만 즐기려면 자전거를 들고 중앙선을 타서 운길산역에 하차하여 출발하면 될 듯 합니다. 운길산역에서 자전거길까지 그리 멀지 않습니다. 현재 북한강 자전거길은 춘천까지 개통되어 있다고 하네요.

일단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계속 진행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습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남한강 자전거길에는 인파가 많아서 좀 북적댄다면 북한강쪽은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광이 참 맘에 듭니다.


물이 너무도 깨끗하죠? 이런 여울의 자갈들이 물을 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이런 분위기로 강변을 따라 주욱 조성되어 있습니다. 조안면 송촌리까지는 이렇게 좋았는데 그 이후 카페들이 나오는 부근부터는 45번 경춘국도의 갓길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대성리까지는 계속 이런식으로 45번 도로를 따라가다 강변으로 내려오다를 반복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북한강연수원이 보이는 곳까지만 가고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어느덧 점심시간도 되었고 너무 먼 라이딩은 자칫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돌아오다가 가면서 본 조안면 송촌리의 딸기 비닐하우스에 있는 간이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딸기농사체험을 하나본데 이렇게 자전거 시즌에는 라이더를 위한 음료와 식사를 팔기도 하나 봅니다. 자전거길 바로 옆이고 강을 내려다볼 수 있어서 운치도 있습니다.


이집의 개가 새끼를 많이 낳았는지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푯말이 붙어있네요. 너무 귀여운 강아지들이 열마리 정도 있었습니다.


목공을 해서 그런지 식당에 가면 테이블을 먼저 봅니다. 구조목으로 만든 전형적인 야외테이블인데 특이하게 수성스테인으로 마감을 했더군요. 여기서 비빔밥과 잔치국수로 요기를 합니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의 라이더들은 다들 막걸리를 시켜먹던데... 음주 라이딩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강변을 바로 앞에 두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가 부럽지 않죠?


밥을 먹고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을 타고 신나게 달려오다가 이번에는 장인어른께 사고가 났습니다. 기어가 잘 들어갔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숙이다가 균형을 잃고 아래 사진의 다리 난간 중 튀어나온 부분에 팔뚝을 부딪히고 만겁니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으셨지만 큰 고통을 호소하시더군요. 옷을 벗겨 팔을 보니 찰과상과 피멍이 들었더군요.

출발할 때의 그 찜찜함이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자전거로 다쳐봐야 뭐 별거냐하고 방심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안전장구는 필수고요. 항상 집중력을 잃으면 안됩니다. 한참을 휴식하면서 통증을 가라앉힌 다음에 다시 출발했습니다.


어느덧 팔당대교까지 달려왔습니다. 오는길은 뒤에서 바람이 불어주어 내쳐 달릴 수 있었습니다만 팔당대교 램프의 급경사는 우리를 내려서 끌게 만들더군요.


여기는 하남에 거의 다 와서 보이는 슾지입니다. 지난 장마철에 여기로 산책을 왔는데 새하얀 백로떼가 사진에 보이는 버드나무에 바글바글 앉아 있는게 장관이더군요. 오늘도 볼 수 있나 기대했지만 몇마리가 날아다닐 뿐이네요. 강변의 버드나무 군락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자전거길 건너편도 억새와 갈대밭인데 지난 여름에 우렁찬 맹꽁이들의 합창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그때 녹음을 할 생각을 못했는데 다음에 기회되면 이곳의 맹꽁이 소리를 한번 들려드리도록 해보겠습니다.


자전거길을 이제 벗어납니다. 잘 자란 버드나무들이 멋있습니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만... 작은 사고가 두건이 있어 좀 아쉬웠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더 라이딩을 해야 할텐데요.... 가는 가을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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