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7월 1일 월요일

한강에서 요트 타기 - 서울 마리나

서울에서 25년을 살았지만 한강에서 배를 타 본 적은 없습니다. 심지어 오리배도 안 타봤네요.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리면서 차로 달리면서 유람선 지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만... 볼 때마다 저걸 무슨 재미로 탈까? 라는 생각만 했었죠. 오히려 대전에 사는 처제네는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 보았는데 말이죠.

지금 제가 다니는 직장... 10년이 좀 넘었습니다. 몇달 전에 10년 근속했다고 근속상을 받았는데 같이 봉투 하나를 주더라구요. 현찰이겠거니... 했는데 뜯어보니 요트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서울 마리나의 예약권이더라구요. 

2013년 6월말까지 이용할 수 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지난 토요일 (6월 29일) 오후 늦게 부랴부랴 예약을 하고 여의도로 갔었습니다.

서울 마리나 선착장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쪽에 있습니다. 이쪽은 벚꽃 구경할 때 빼고는 잘 들를 일이 없는 한적한 곳이죠. 그래서 이곳에 이런 이국적인 요트 선착장이 있는지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처음에 아래 사진과 같은 요트들이 있는 것을 보고 "오~ 와인을 마시면서 저런 배를 타는 호사를 누리는 건가?" 하고 기대했지만... 저런 배는 개인이 소유한 요트를 서울 마리나 위탁 관리해 주는 거라고 하네요. 우리는 저것보다 좀 작은 8인승 크루즈 요트를 탔습니다.


배를 타 본적이 없는 아들내미는 약간 겁에 질린 듯 합니다. 시원한 강바람을 즐길 수 있는 위치로 가자고 해도 푹꺼진 의자에 앉아만 있더라구요. 할아버지가 달래서 저렇게 안고 있었는데... 그래도 예쁜 이모 선장님이 조근조근 안심을 시켜주니 금방 적응하더군요. 젊은 친구인데 검게 탄 피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요트를 즐기고 이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젊은 친구를 보니 흐뭇하더군요.


평소에는 사진찍는 걸 아주 싫어하는 마눌님도 이때만은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네요. 혼자 선수에 나가 강바람을 맞기도 하구요. 신난 듯 합니다.


저는 여의도 서쪽에서 출발해서 반포대교 분수까지 보고 오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여의도 동쪽 끝 한강철교 인근까지 갔다가 돌아오더군요. 요트가 원래 돛을 펴서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배라 그것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 짧은 코스로 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강철교 쪽으로 갈 때는 엔진의 힘으로 갔지만 턴해서 올때는 엔진을 끄고 돛을 펴서 바람의 힘으로 돌아왔습니다.

돛을 펴니 바람을 맞고 배가 기우뚱하면서 기우는데 좀 아찔하긴 했습니다만...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배타면 항상 듣는 엔진소리 없이 스으윽~ 하면서 앞으로 가는 배를 타는게 아주 재밌더군요. 마침 해가 지는 무렵이라 강물에 부딪히는 햇살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한시간 가량 요트를 타고 돌아와서는 서울 마리나 선착장에 있는 뷔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메인 테마가 바베큐라 각종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수제햄, 새우 등을 바베큐 요리한 것들이 제법 맛있고 푸짐합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배가 터지도록 먹었네요.


마눌님도 처음에 제가 이 요트 이용권을 근속상으로 타갔을 때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요트타고 맛있는 식사까지 하고나니 이러더군요... "오빠~ 우리 돈내고 이런데 오겠어? 난 현찰받는 것 보다 더 좋네~" 그렇죠... 자기 돈 내고 이런데 오기는 좀 그렇죠?

특별히 기념할 만한 이벤트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추천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결혼 10주년, 20주년 이나 하객을 많이 모시지 않는 회갑연이나 아니면 애인에게 프로포즈하고 싶을 때나... 비용도 생각하는 것 만큼 그리 비싸지는 않습니다. 바베큐 뷔페가 V.A.T 포함해서 4만원이고 요트가 1인당 15,000원이니 고깃집가서 소고기 좀 먹는거랑 비슷한 가격대입니다. 혹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비용하고 비슷하겠네요. 고기를 많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본전은 뽑을 것 같습니다.

이곳 화장실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부식시킨 무늬가 있는 콘크리트 판넬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데 특이하더군요. 그래서 사진으로 찍어두었습니다.


10년 동안 한 직장에 다녀서 근속상까지 탔으니... 이제 직장을 갈아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5년만 젋었어도 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새 직장으로 옮겼을 테지만... IT업종에서 40대 중반의 나이는 이직하기에 좀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이 교육비도 솔찬히 들어가고 이사하면서 새로 대출을 받은 것도 있고요. 아마도 이직을 하게 되면 연봉을 깎아야 할 듯해요. ㅡ,,ㅡ

안정된 직장이냐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는 월급쟁이들이라면 항상 하는 고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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