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7월 5일 금요일

우리집 새 식구, 장수풍뎅이

한 삼개월 전인가? 아들내미 유치원에서 구리시에 있는 곤충생태관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올 때 플라스틱 통을 하나 들고 왔다더군요. 곤충생태관에서 나누어 준 장수풍뎅이 애벌레였습니다. 

마눌님은 기겁을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생명인데요.

인터넷으로 장수풍뎅이를 어떻게 키우나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장수풍뎅이는 키우기 어렵지 않더군요. 

애벌레일때는 발효톱밥과 적당한 수분만 있으면 되고 성충이 되면 젤리를 사다 먹이면 된다고 하니까요. 사슴벌레의 경우 육식성이라 벌레도 잡아줘야 한다던데 그것보다는 낫죠.

근데 이 통 안에 애벌레가 들어있다는데... 어디있는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애벌레들은 어두운 곳을 좋아해서 땅속에 숨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통이 들썩거리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저렇게 애벌레가 밖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왜 나왔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한동안 물을 안줬더군요. 거의 이틀에 한번 정도 분무기로 물을 뿌려줬었는데 일주일 정도 안주니 목말라서 물 찾으러 나오더군요.

물론 마눌님은 기겁을 하구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애벌레 나오는거 보고 싶지 않으면 물 주는거 잊지 말라고... 이후로 물을 잘 주었기 때문에 애벌레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너무 조용하더라구요. 그냥 죽었나보다 하고... 통을 정리할까 하는 참이었죠.

지난 일요일 애쉬 테이블을 완성하고 마감을 하려고 새벽 1시쯤 베란다로 나갔는데 어디선가 "틱~ 틱~ 쉬익~ 쉬익~ 딱~ 딱~" 이런 소리가 나는 겁니다. 이게 뭔 소리여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는데... 맙소사 장수풍뎅이가 번데기에서 깨어나서 통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장수풍뎅이는 뭐가 궁금한지 통에서 기어나올려고 애쓰다가 자빠져서 뒤집어지고 그걸 제가 통을 기울여 바로 뉘어주면 다시 자빠지고를 반복했습니다. 바니쉬 마감이 끝난 후 어떻게 생긴 놈인지 자세히 보기 위해 꺼내어 손 위에 놓아 보았습니다. 뿔이 없으니 암놈입니다. 사람들은 뿔 가진 숫놈을 더 선호한다고는 하는데 저는 딸이 없어서 그런지 암놈이 더 좋네요.


이놈 발에 가시가 있어서 팔 위를 종횡무진 걸어다니는데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도 빨라서 잡아서 다시 통에 넣는 것도 씨름을 했네요.

이후로도 계속 "틱~틱~ 스읍~스읍~" 소리를 내더니... 소리에 민감한 마눌님이 잠에서 깨어 저를 부릅니다. 그래서 제가 침실로 가서 그랬지요.

"니가 들으면 깜짝 놀랄 얘기를 들려주마~"

"뭐?"

"장수풍뎅이가 드디어 깨어났어"

마눌님 기겁을 합니다. 마눌님은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죽은거 같다며 계속 치우자고 얘기 했었거든요. 벌레를 워낙 무서워해요. 이제 그놈이 성충으로 깨어났으니 더 기겁할 일이죠. 장수풍뎅이는 야행성이라 밤에 활발하게 움직입니다. 장수풍뎅이가 내는 소리 때문에 마눌님이 잠이 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들내미 방으로 피신을 가네요.

다음날 아침 아들내미가 깨어났길래 장수풍뎅이를 보여주려고 통을 들쳐보았는데 이놈이 또 톱밥 속으로 숨어 잠들었는지 고요하네요. 쩝.

마눌님에게 마트가서 사육통, 발효톱밥, 곤충용 젤리 등을 사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카톡으로 비싸서 못사겠다며 곤충 하나 키우는데 몇만원이나 드냐며 투덜댑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산답니다. 절반 이하 가격이라네요. 그리고 오늘 도착했습니다.

깨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여서 그런지 젤리를 들었다 놓을 정도로 허겁지겁 먹어댑니다. 아들내미도 약간 무서운 눈치로 쳐다보네요.


유치원 다른 친구들은 암수를 맞춰서 짝짓기를 했다고 아들내미가 얘기하더랍니다. 그래서 마눌님이...

"너 짝짓기가 뭔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먹고 있던 곰돌이 젤리 두개를 딱 붙이더니...

"결혼하는 거래" 라고 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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