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7월 8일 월요일

창덕궁에 나무 보러 가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인가요? 습하고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더워서 나갈 생각도 않고 집에서 뒹굴대던 마눌님과 아들내미를 부추겨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창덕궁에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네개나 있대. 우리 그거 찾아보러 가자~" 하고 말이죠.

창덕궁은 여러번 가본 적이 있는데 가서는 궁궐 구경이나 비원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오는 정도였습니다.

 창덕궁은 다른 궁궐에 비해서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창덕궁에는 궁궐을 지을 당시에 심어져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는 나이 많은 나무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서 보존가치가 있고 의미있는 나무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데 창덕궁의 회화나무, 향나무, 뽕나무 그리고 다래나무가 그 주인공 들입니다.

우연히 이 나무들에 대한 얘기들을 듣고 한번 가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지난 주말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창덕궁은 다른 고궁에 비해 입장료가 비싼 편입니다. 궁궐의 관람은 삼천원이지만 비원까지 같이 보려면 오천원을 추가해야 해서 만만한 가격이 아닙니다. 비원의 입장 여부는 비원 앞에서 결정하면 되므로 일단 삼천원 씩을 내고 입장합니다.

창덕궁의 매표소 옆에 아래 사진에 있는 425년 된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특이하게 굴곡이 지고 트위스트 형태로 꼬아진 수피가 인상적입니다. 방학동에 있는 800년된 은행나무에 비하면 건강미가 넘치는 은행나무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은행나무는 침엽수가 아니지만 겉씨식물이어서 소프트우드로 분류됩니다.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답습니다. 차로 이 대로변을 지날때 주변의 거대한 플라타너스와 함께 아름다운 이 돈화문은 항상 눈이 머물게 됩니다.


돈화문을 들어서자 마자 키가 크고 잘 생긴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가지들이 이리저리 꾸불꾸불 뻗어있는데 그 모양이 가히 예술적입니다. 수령 오백년 가량 된 회화나무들입니다. 돈화문 근처에 여덟그루가 있습니다. 중국의 궁궐양식에 이 회화나무를 심게 되어 있어서 조선의 궁궐에도 심었다고 하네요. 사대주의가 살짝 엿보입니다만은... 나무가 무슨 죄겠습니까?


이 회화나무들은 하나 하나 곱씹어 감상할 만 합니다. 저리 굵은 가지가 거의 수평으로 수미터 뻗어 나와 있는데도 부러지지 않는걸 보면 구조적 강도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회화나무는 가구재로 아주 좋다고 하죠.


저희 집 앞에도 회화나무 십여그루가 있는데 아직 어린 나무들이라 수피에 줄무늬가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회화나무들은 오랜 세월이 깊은 골로 남아 굴참나무처럼 굴곡이 큽니다.
회화나무는 콩과의 나무라 콩모양의 열매가 달립니다. 그리고 같은 콩과의 아까시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아까시나무의 잎은 동글동글하지만 회화나무는 약간 뾰족하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시나무의 꽃은 봄에 피지만 회화나무의 꽃은 한여름에 핍니다.


회화나무는 집에 심으면 집안에 큰 인물이나 학자가 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학교나 향교에 많이 심어졌었고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는 나무이기도 했죠. 우리집 앞에도 회화나무들이 있으니 큰 인물이 날라나요? 수형이 대단히 아름다운 나무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은 돌구조물을 볼 수 있는데 창덕궁 뒷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을 청계천으로 보내는 금천이라는 이름의 수로라고 합니다. 최근에 복원된 것인데 예전에도 이런 인공수로 형태였는지 궁금하네요.


창덕궁 곳곳에는 이런 잘 자란 나무들이 많습니다. 이런 잘생긴 은행나무들과 느티나무, 소나무들이 즐비합니다. 하나 하나 천천히 감상해 보세요.


관람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범상치 않은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멀리서 딱 봐도 알 수 있는 측백나무입니다. 측백나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이유는 이파리가 세로로 서 있기 때문입니다. 측백나무는 수형이 그리 아름다운 나무는 아니지만 조경수로서 널리 심어져 있는 나무입니다. 우리집 앞에도 어린 측백나무가 여러그루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크게 잘 자란 측백나무는 보기 힘듭니다.


이 측백나무는 밑둥부터 가지가 고루 갈라져 나온 것이 범상치 않습니다. 가까이서 본 측백나무 수피입니다. 편백나무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서대문 형무소 근처에도 이만한 크기의 잘 자란 측백나무 몇그루를 볼 수 있습니다. 집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측백나무가 이렇게 자랄 수 있다는 걸 보면 신기할 겁니다.


한국인과 가장 친숙한 나무는 아무래도 느티나무겠죠. 수형이 아름답고 잎이 우거져서 동네 어귀 정자목으로 많이 심어졌던 나무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래된 느티나무들도 아주 많습니다. 이 창덕궁에도 많은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아래 사진의 느티나무가 가장 연로하신 것 같네요. 키는 작지만 밑둥의 크기가 아주 큽니다. 오랜 세월 풍파를 이겨낸 노장과 같은 풍모입니다.


어느듯 창경궁의 백미인 인정전에 이르렀습니다. 인정전은 임금이 집무를 보던 곳이라 사극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풍경입니다. 정일품부터 종구품까지 품계가 새겨져 있는 비석을 아들내미가 호기심있게 보고 있네요. 음각이 파진 글씨에 손가락을 넣고 따라 써 봅니다.


사극에서 많이 보던 임금님이 앉던 자리이죠. 근대에 설치된 듯한 클래식한 조명도 특이합니다.


인정전의 문살무늬입니다. 육각형 모양입니다. 가운데 대못을 땅땅 박아 놓았네요.


창덕궁의 단청은 이렇게 새로 칠한 듯 선명한 색상입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느티나무에 이어 소나무도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이지요. 곳곳에 기이한 모양의 소나무가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에서 개성을 뽑냅니다.


창덕궁의 끝 부분에 단청을 하지 않은 건물들이 보입니다. 낙선재라고 합니다. 조선말기 헌종때 새로 지어진 것인데 임금이 소박하게 단청을 하지 말라고 해서 이렇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소박해서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조선말기 임금과 황족들이 기거한 곳이라 많은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낙선재를 끝으로 비원과 창경궁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출입구가 나옵니다. 창덕궁을 죽 둘러봤는데 4대 천연기념물 중 회화나무 하나만 발견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비원에 들어있나? 하고 들어가보려고 했지만 날씨가 너무 덥고 가이드를 따라 한시간 반을 걸어다녀야 하는 코스라 포기했습니다. 대신 비원앞 나무 그늘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지요. 더운 날씨 속에서도 이곳만은 정말 시원하더군요.

이곳에서 좀 떨어져 함양문 옆에 보이던 큰 나무입니다. 비록 가까이 가서 보지 못해 수종이 확인되지는 않습니다만 범상치 않은 크기임에는 분명합니다.


조금 휴식을 취한 후 함양문을 통과해 창경궁으로 들어섰습니다. 창경궁은 다소 규모가 작은 궁궐인데 이곳은 옛모습 그대로 건물들이 보존되어 있고 들어가 볼 수 있게 해두어 색다릅니다.

창덕궁에서 창경궁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통명전은 연회를 하던 넓은 마루가 있는 전각인데 신을 벗고 올라가 볼 수 있습니다. 안내판에 "눕지마세요"라고 써있긴 하지만...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소나무 마루의 느낌이 좋아서 자꾸 자세가 뉘여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여기서 한참을 쉬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았답니다.

통명전의 문살은 이렇게 소박한 사각형 모양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통명전 앞에는 이런 쇠그릇(?) 같은게 있는데 화재에 대비해서 물을 담아두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드므"네요. 이런거 퀴즈내면 맞출 사람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특이한 이름입니다.


통명전 현판입니다. 약간 빛이 반사되는 금박으로 쓰여진 듯 하고 주위의 낡은 단청과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현판이더군요.


통명전 내부에는 이렇게 신을 벗고 들어와 앉아 쉴 수 있습니다. 궁궐의 전각에서 앉아 쉬는 경험도 참 좋겠지요? 창덕궁에 오시면 창경궁 통명전도 꼭 한번 들러보세요.


뽕나무, 다래나무, 향나무는 찾지 못하고 회화나무만 찾아냈지만 인고의 세월을 수백년 견뎌온 나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수많은 시련을 거치고도 여전히 당당하게 서있는 나무들이 고맙습니다.

다음에 사전조사를 확실히 해서 향나무, 뽕나무, 다래나무의 위치를 확실히 파악한 다음에 아들내미와 다시 오기로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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