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15일 토요일

다목적 프린터 선반 만들기

오늘 보여드리는 프린터 선반은 사실 몇달 전에 만든건데 이제야 올립니다.

작년 겨울 이사를 하면서 집에서 쓰던 구닥다리 데스크탑 컴퓨터를 처분하고 노트북을 샀습니다. 그리고 그 노트북은 마루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죠. 그러다보니 프린터를 놓을 곳이 마땅히 없더라구요. 그래서 아들방 한구석에 쳐박혀 있었는데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습니다.

마눌님에게 노트북 테이블 바로 아래에 작은 받침을 놓고 올려놓자고 했지만 걸리적거린다고 싫답니다.

마침 조사를 해보니 프린터도 요즘은 WiFi를 이용하여 무선으로 인쇄가 가능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무선 프린터를 사면 프린터 선반은 적당한 위치에 떨어져 놓아도 되겠더라구요.

게다가 이사하면서 브라운팩토리에서 가구를 몇개 들였는데 그때 사은품으로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트레이를 받았습니다. 우리집 라이프 스타일 상 트레이를 쓸 일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이것 역시 구석에 쳐박혀 있었습니다. 게다가 마루에 있는 소파 옆에 뭘 놓을데가 없어서 TV리모컨 등이 마루바닥을 뒹굴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서 "다목적 프린터 선반"을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즉 프린터와 필요한 용지를 수납할 수 있으면서 자작나무 트레이를 올려놓고 소파 옆에서 협탁같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뭔가를요. 그래서 이름 붙이기도 참 애매합니다.

아래 사진은 브라운팩토리에서 받은 자작나무 트레이입니다. 435mm x 335mm 크기입니다. 자작나무라 단단해서 상판으로 쓰기 딱 좋습니다. 그렇다고 분해하기는 싫고 이 트레이를 살짝 올려놓고 상판처럼 쓰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설계되었습니다. 맨 위 황토색이 자작나무 트레이입니다. 이 트레이는 ㄱ자 모양으로 집성된 다리 사이에 쏙 들어가지만 아래에 노란색으로 표시된 나무토막에 의해서 지지가 됩니다. 중간 선반에는 A4용지가 들어가고 아랫 선반에는 프린터가 들어갑니다. 이 선반을 소파옆에 놓으면 트레이 위에 이것저것 놓을 수 있어 쓸만한 협탁이 되고, 나중에 혹시라도 트레이만 쓸 일이 있으면 트레이를 위로 쑥 빼어 사용하면 됩니다.


나름 잔머리를 굴린 다목적 선반입니다. ^^ 트레이를 끼워야 해서 모든 치수는 트레이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었습니다.

전에 SPF구조목으로 아들내미 책장을 만들어 주었는데 이때 여분으로 구입한 286 x 500 x 19t 네장과 19 x 38 각재가 몇개 남아 있었습니다. 베란다에 뒹구는 이 재고 나무들을 소진하는 것도 선반을 만드는 목적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335 x 435 크기의 상판이 필요한데 286 x 500 판이라 크기가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중간 선반은 패널식으로 구상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만들기 과정으로 들어갑니다.

다리 만들기

다리는 트레이가 안정적으로 끼워질 수 있도록 ㄱ자 모양으로 만듭니다. 500mm 길이의 19x38 각재 8개를 이용하여 집성하여 네개의 다리를 만듭니다. 각재마다 모양이 다 다르고 흠집이 있는 부분도 있으므로 예쁜 부분이 바깥쪽으로 드러나도록 선별하여 표시를 해 둡니다.


ㄱ자 연결을 하되 외부에서 피스자국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목심 작업을 합니다. 도웰마스터 등의 지그를 이용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도웰링 결합을 할 수 있습니다.


접착면에 본드를 바르고 목심과 구멍을 맞춰 끼운 후 클램핑하여 본드가 마를때까지 둡니다. 이때 너무 많이 죄면 두 각재가 직각에서 틀어지게 되므로 유의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네개의 ㄱ자 다리가 만들어 졌습니다. 중간에 선반을 끼울 위치에 연필로 표시를 해 둡니다.


선반 만들기

크기가 딱 맞는 판재가 있으면 좋겠지만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판재 밖에 없어서 판넬 식으로 선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는 판재가 없으므로 아래 사진의 286x500x19t 판재를 톱질을 해서 여러개의 각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톱질할 곳을 연필로 그렸습니다. 희미해서 잘 보이지는 않네요.


500mm 길이를 켜는 작업인데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테이블쏘가 있으면 간단한 작업이지만 톱만 가지고는 직선으로 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그래서 여기서 잠깐 작업을 중지하고 톱으로 일직선을 자를 수 있는 톱가이드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화살표로 표시된 것이 제가 만든 톱가이드입니다. 좁은 틈에 끼워 톱질을 하는거라 비교적 직선과 직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길게 켜는 작업이라 이 톱가이드를 슬라이딩 시켜야 합니다. 마땅한 조기대가 없어서 쇠자를 조기대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톱질을 합니다. 정말 힘듭니다.

결을 자르는 톱질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결을 따라 켜는 톱질은 정말 힘이 듭니다. 왜냐하면 섬유질을 따라 톱질하는 거라 어떤 부분은 잘리고 어떤 부분은 안잘리면서 다시 자른 부분이 붙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면서 톱이 나무 사이에 끼어 마찰이 심해집니다. 이럴때는 붙는 나무 끝 부분에 화투장을 하나 끼워두고 톱질하면 좀 낫습니다만... 그래도 켜는 톱질은 힘이 듭니다.


힘든 톱질이었지만 쉬엄쉬엄하니 다 되긴 합니다. 스스로가 뿌듯해서 자른 조각들을 다시 원래대로 맞춰보았습니다. 저렇게 많은 톱질을 하고도 부족해서 한판을 똑같이 더 잘랐습니다. ㅡ,,ㅡ


이제 패널식 상판을 만들 차례입니다. 역시 목심으로 작업합니다. 상판 긴 부분 각재의 계산된 위치에 구멍을 뚫습니다. 그리고 도웰포인트를 이용하여 짧은 부분 각재의 마구리에 포인팅을 한 뒤 드릴링하고 목심을 심으면 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부품이 다 준비합니다. 가운데 각재에 목심을 하나만 넣은 이유는 이 당시에 목심이 부족해서 그랬습니다. 사러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접착면에 본딩을 한 후 클램핑합니다. 이때 한가지 빠트린게 있는데 평면이 유지되도록 아래 위에 부목을 대고 클램핑을 하면 더 좋습니다. 본드가 마르고 나니 약간의 틀어짐은 있지만 어차피 조립하면서 펴질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ㄱ자목물 만들기

다리에 선반을 붙이는 방법은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결합하는 방법은 ㄱ자철물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사놓은 ㄱ자철물이 똑 떨어졌네요. 동네 철물점에 사러 나갈까 고민을 했는데 그냥 떠오른 생각이 있어 나무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ㄱ자목물 입니다.

베란다에서 뒹굴고 있던 40x40 레드파인 각재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후 아래 사진과 같이 선을 그려줍니다.


그리고 대각선으로 톱질하여 자른 뒤 남은 작은 삼각형 역시 등대기톱을 살살 잘라주면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의 ㄱ자목물이 만들어집니다. 4mm 비트로 구멍을 뚫어주면 ㄱ자철물과 다를바 없죠.


이런식으로 다리에 결합됩니다. 다리와 결합되는 부분은 튼튼해야 하므로 2개의 피스를 사용하고 상판과 결합되는 부분은 하나의 피스로 합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더군요. 조립을 다하고 보니 약간 끄떡끄떡 흔들리는 경항이 있습니다. 바로 이 ㄱ자목물이 나무로 만들어져 탄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ㄱ자철물을 이용했으면 거의 휘지 않아 더 튼튼했을 겁니다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ㄱ자철물이 없으면 이렇게 나무로 만들어 써도 됩니다. 단 강도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부분에서만요... 나무로 만든 목물이 철물보다는 미관상 더 낫기도 합니다.

트레이 받침 (목다보)

트레이는 위에서 ㄱ자다리 사이로 끼워지는 형태인데 아래에 받춰주는 다보가 필요합니다. 간단하게 하려면 다리에 구멍을 내고 목심을 끼워 돌출되게 만들면 다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하지만 이 선반의 크기를 트레이의 크기에 맞추다 보니 정작 주인공인 프린터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빡빡합니다. 공교롭게도 트레이와 프린터의 크기가 거의 같더군요. 그래서 이 다보에 걸려서 프린터가 들어가질 않습니다.

프린터를 뺄 일은 거의 없겠지만 나중에라도 뺄 일이 있을때 선반을 뽀갤수도 없으니 다보를 끼웠다 뺄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과 같이 19t 구조목을 잘게 잘라서 목심을 끼워넣은 형태의 목다보를 만들었습니다.


다리 안쪽에 타공을 하고 목다보를 끼워넣으면 아래 사진처럼 트레이가 걸쳐지게 되는 형태입니다.


라픽스 사용하기

트레이와 프린터의 크기가 거의 비슷해서 프린터를 넣으려면 위에서부터 집어넣어야 합니다. 앞이나 옆으로는 도저히 들어가질 않습니다. 그럴려면 가운데 선반은 분리가 가능하면서도 튼튼하게 결합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면 선반이라는게 적어도 네 개의 점에서 잡아주어야 튼튼하고 제일 윗칸은 쉽게 빠지는 트레이가 얹혀만 있기 때문입니다.

분리되면서도 튼튼하게 결합되는 걸로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저는 라픽스(Rafix)를 선택했습니다. 라픽스는 일룸이나 한샘같은 시스템 가구를 만드는 곳에서 책장의 선반 결합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는 녹다운(Knock-down) 시스템의 대표적인 부속입니다. 라픽스를 전에 사놓은게 있어서 그냥 써봤습니다.

라픽스는 20mm 지름의 구멍을 마구리에서 9.5mm 떨어진 곳에 13mm를 수직으로 파야하는 고난이도의 드릴링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드릴프레스가 없으면 가공이 힘들다고 하죠. 전 드릴프레스가 없으므로 사진과 같은 허접한 드릴스탠드로 시도해 봅니다.


싸구려 20mm 화스너비트를 써서 그런지 아니면 무른 나무라 그런지 엄청 뜯겨져 나가네요. 뭐 아래로 숨는 부분이니 상관 없습니다. 20mm 지름의 비트를 9.5mm 지점에 중심을 놓고 보링하기 때문에 끝부분이 아래 화살표처럼 약간 터집니다. 이 터진 부분으로 라픽스 볼트가 들어와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저렇게 라픽스 하우징을 끼워넣고 라픽스 볼트가 들어가면 화살표의 구멍에 십자 드라이버를 꽂고 돌리면 안에 있는 홈이 라픽스 볼트머리를 잡아채어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메카니즘 상으로 상당히 튼튼하게 결합됩니다. 한바퀴만 돌리면 풀고 죌 수 있기 때문에 대량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아주 편하지요.

아래 사진을 보면 마구리와 라픽스 하우징 사이에 약간의 유격이 있는데 이건 9.5mm 지점이 아니라 10mm 비스무리한 지점으로 더 들어가서 드릴링해서 그렇습니다. 이럴 경우 라픽스 볼트가 충분히 하우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고민하지 말고 라픽스 볼트를 약간만 풀어주면 머리를 잡아챌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 나오게 됩니다.


20mm 보링이라는게 말이 쉽지 드릴프레스가 없으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힘도 많이 들고 신경도 많이 쓰입니다. 소음도 많이 나구요. 그러므로 라픽스를 많이 사용하실거면 드릴프레스는 필수 장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네개 정도는 그냥 간이 드릴스탠드로도 할 수 있습니다.


시운전

조립을 해서 프린터를 넣고 종이를 넣고 트레이를 올려보는 등의 시험을 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트레이를 뺐다가 다시 끼워넣을 수 있습니다. 스캔을 위해 프린터 뚜껑을 여는 것도 가능하구요. 여러모로 만족스럽습니다.


단 문제가 한가지 있는데 이 선반을 들고 옮길 때 중간 선반을 잡고 옮겨야 하는데 여기는 라픽스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라픽스는 위 사진에서 보셨듯이 아랫쪽에 별다른 고정장치 없이 나사산의 저항만으로 박혀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중간 선반을 잡고 옮기다 보면 라픽스가 쑥 빠져서 안전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뭔가 보강이 필요합니다.


라픽스 보강 목다보 추가

그래서 가운데 선반을 잡고 옮길때 위로 가해지는 힘의 방향에 대응하는 목다보를 더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아까와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서...


목다보를 끼울 구멍을 하나 더 파줍니다. 윗 구멍은 트레이가 걸쳐지는 곳이고 아랫구멍은 라픽스선반이 위로 빠지지 않게 하는 구멍입니다. 그 아래 라픽스 볼트가 보입니다.


조립 방법

이제 완성이 되었으므로 조립을 차례대로 해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네개의 다리와 제일 밑 선반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랫 선반에 프린터를 위에서부터 집어 넣어 얹은 뒤, 두번째 선반을 올려 놓고 라픽스를 드라이버로 죕니다. 라픽스 볼트가 하우징으로 들어갔는지 잘 확인하고 죄어야 합니다. 단단히 고정되었다고 확인되면...


라픽스 보강용 목다보 네개와 트레이를 받치는 목다보 네개를 끼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레이를 살짝 끼워 올려두면 됩니다. 프린터를 꺼내려면 반대로 분해하면 됩니다.

무선프린터로 바꾸다

그리고 곧 분해할 일이 생겼습니다. 몇번의 불편한 프린팅을 한 뒤 드디어 마눌님이 무선프린터를 사도 된다는 결제를 했습니다. 사실 전에 쓰던 프린터의 잉크가 다 되었는데 새로 잉크 카트리지 사는 가격에 3만원을 보태니 새 무선 프린터를 사겠더라구요. 어찌보면 자원의 낭비이긴 합니다만... 어쨌던 저는 무선프린터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프린터 선반을 분해하여 새로 산 프린터를 끼워넣고 다시 조립했습니다. 다행히 새로 산 프린터가 기존 프린터보다 오히려 크기가 작아졌더군요. 무선프린터 정말 편하더군요. 화면에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좀 떨어진 노트북에서 인쇄 명령을 내리면 인쇄가 됩니다. 길고 치렁치렁한 USB 선을 연결하지 않고서도요.

저렇게 소파와 에어콘 사이의 빈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라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어디 놓기 마땅치 않은 프린터를 짱박아 둘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파 옆에 놓여 리모콘을 올려 놓거나 마시던 커피를 내려놓을 수 있어 무지 편합니다. 마눌님도 처음에는 안 예쁘다고 투덜대더니 이내 잘 사용합니다. 재고로 쌓여있던 나무로 돈 하나 들이지 않고 만든거라 더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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