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8일 토요일

장모님을 위한 맞춤형 선반 만들기

얼마전 처가가 하남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기존에 살던 집보다 약간 작은 집이라 세간살이가 잘 맞지 않고 불편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식탁도 너무 큰데다가 위치도 어정쩡하고, 긴 복도는 뭔가를 놓기에는 복잡하고 안놓기에는 허전하고, 소파도 마루에 비해 너무 크고... 여하튼 자리를 잡는데 좀 시간이 걸릴듯 합니다.

그 와중에 제 눈에 가장 거슬리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싱크대와 냉장고 사이의 저 좁은 공간입니다. 

안 그래도 전에 살던 집에 비해 싱크대가 작아져서 수납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런 자투리 공간에 뭔가를 만들어 넣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모님도 원하셔서 아래 사진 빨간 부분에 들어갈 맞춤형 선반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요청사항과 설계

장모님의 요청사항은 단순했습니다. 위의 공간에 들어갈 2단 선반이 필요하고 제일 위 선반에는 도자기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마눌님의 추가 요청사항이 있었는데 최대한 얇은 판으로 만들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옆면을 꽉 채우지 말고 기둥만 세워서 시원한 느낌이 들게 하라는 어려운 요구사항이 있었습니다.

선반의 전체적인 크기는 450mm x 450mm x 420mm 입니다. 정사각형 모양의 선반이어서 모양 내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얇은 판재로 하라는 요청사항에 맞추어 레드파인 12t 집성판재를 선반으로 사용하고 기둥은 27t 정도의 두꺼운 레드파인 원목 판재, 그리고 사잇기둥은 역시 12t의 레드파인 원목 판재를 택했습니다. 집성이냐 원목 판재냐의 차이지 모두 레드파인이 사용되었습니다.


12t는 피스 박기가 애매할 정도로 얇습니다. 게다가 요즘 한창 끼워맞춤에 재미를 붙이고 있기 때문에 피스를 사용하지 않고끼워맞춤과 목심만을 이용하여 만들기로 합니다. 기둥에는 세개의 다도홈을 파고 사잇기둥은 박스조인트 모양의 촉을 내어 상판에 끼워 넣습니다. 상판이 얇기 때문에 쉽게 휘어질 것이므로 뒤를 잡아주는 보강목은 도웰링과 본드로 결합됩니다. 맨윗 보강목은 미관상 12mm x 12mm 레드파인 쫄대를 이용합니다.


마눌님이 설계도를 보더니 "쫌 고생하겄다~" 라고 했는데... 정말로 쫌 고생했습니다. 얇은 판재를 다루는데다가 만드는 공정이 효율적이지 않았고 의외로 홈파는 부분이 많아서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선반 정도야~ 하고 자만했던 제가 호되게 당했던 만들기 프로젝트였습니다.

만드는 과정

재료는 아이베란다로부터 구입했습니다. 대략 2만 몇천원 정도 들었네요. 치수를 좀 여유있게 주문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할일은 정확한 크기로 정재단하는 것입니다. 먼저 기둥이 될 58x27 레드파인 각재를 420mm 길이로 정재단해서 네개를 만듭니다.


그외 사잇기둥과 뒷쪽 보강목 등도 톱질을 해서 재단합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준비되었습니다.


먼저 기둥에 3개의 다도홈을 팔 차례입니다. 같은 위치에 홈이 파져야 선반도 수평이 되고 다리도 끄떡거리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서 네개의 기둥의 끝을 맞춰 클램핑한 뒤에 한꺼번에 홈 팔 위치를 자로 그립니다. 이론적으로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나무가 똑바르지 않기 때문에 오차가 좀 생깁니다. 특히 땅에 닿게 될 부분에 있는 홈은 일일이 다시 확인해서 보정해야 합니다.


실제로 홈을 파는 과정입니다. 이런 홈은 테이블쏘나 라우터가 있다면 간단하게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공구로도 비교적 쉽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끌로 섬유질을 끊긴 힘들어도 섬유질을 떼어내긴 쉽기 때문입니다. 섬유질을 끊는 것은 톱을 이용하면 쉽습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과 같이 홈의 양쪽을 톱으로 정확한 깊이까지 잘라냅니다.


그리고 끌을 이용하여 섬유질을 떼어내면 됩니다. 조금씩 간격을 두면서 끌을 푸욱 집어넣고 살짝 들어주면 아래 사진과 같이 나무조각이 떨어져 나갑니다.


홈이 제대로 파졌는지 확인하려면 아래 사진과 같은 간단한 지그를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홈에 끼울 부재의 조각 즉 12t 조각에 홈의 깊이인 12mm 지점에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홈을 파면서 수시로 이 지그를 꽂아 홈의 폭과 깊이 그리고 수평여부를 점검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지그를 이용하면 12개의 홈을 파더라도 거의 오차없이 같은 깊이로 팔 수 있습니다.


수공구 최대의 적은 바로 옹이입니다. 옹이는 딱딱해서 가공하기 힘들고 자칫 힘을 과하게 주면 뚝 부러져 나가서 작품을 망치기도 합니다. 끌로 옹이 부분을 가공하는 것은 망치로 내려치지 않는한 누르는 힘만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럴때는 톱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래 사진처럼 옹이 부분을 톱으로 조각 조각 톱길을 내주면 끌로 따내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이런 식으로 네개 기둥에 대한 홈을 모두 파내었습니다. 중간중간 옹이가 걸려서 좀 힘들긴 했지만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수공구로 가능한 작업입니다.


12t 상판을 실제로 홈에 끼워 가조립을 해보았습니다. 홈은 약간 빡빡해야 튼튼하게 결합되므로 너무 많이 갈아내지 않도록 유의합니다.

대충 잘 맞는 것 같은데 12t 레드파인 집성판이 예상보다 약한것 같습니다. 손으로 누르면 제법 휠 정도라 반드시 보강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12t는 약해서 15t로 할걸... 하고 후회를 했습니다만... 이미 늦었죠.


이제 상판에 사잇기둥을 꽂을 홈을 팔 차례입니다. 세개의 상판 모두 같은 위치에 홈을 파기 위해 상판 세장을 끝을 맞추어 클램핑한 후 홈위치를 한꺼번에 그립니다.


홈을 파내는 것은 톱으로 길을 내주고 나면 끌로 간단하게 따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사천리로 진행하다가 방심한 탓인지 끌이 손을 치고 들어가 피가 났네요. 아들내미가 뽀로로 밴드를 붙여줬습니다. ^^ 그런데 나무에도 피가 묻었네요. 다행히 사포로 살짝 긁어내면 깨끗해 집니다. 수공구로 작업하더라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끌의 진행방향에 손이 있으면 다칠 위험이 많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어쨌든 저녁무렵 모든 홈 가공이 끝났습니다. 홈파는데 하루가 다 간것 같네요. 솔직히 선반 만드는데 이런 짜맞춤은 좀 오버인것 같기도 합니다. ㅡ,,ㅡ


상판과 보강목을 연결할 차례입니다. 상판이 얇아 휘어지기 쉬우므로 보강목이 필요한데 이 보강목이 기둥도 물고 있어야 선반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목심을 아랫쪽과 양 옆 해서 세 면에 박아야 합니다. 도웰마스터를 이용해서 선반에 목심 구멍을 정확하게 냅니다.


그리고 보강목의 목심과 마구리면에 본드를 바르고 상판과 결합합니다. 긴 면인데다가 휘어져 있어 밀착되지 않으므로 잘 클램핑하여 본드가 마를때까지 기다립니다.


보강목의 양 옆에는 미리 6mm 목심 구멍을 두개 뚫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도웰포인트를 꽂고 기둥을 조립하여 도웰포인트의 침이 기둥에 타공 위치를 찍도록 합니다.


타공위치가 찍혔으면 수직으로 목심이 들어갈 구멍을 냅니다. 수직으로 구멍을 내야 하므로 아래 사진과 같은 아큐모빌 모바일 드릴스탠드를 이용합니다.


기둥에 타공이 된 모습입니다. 아래에 있는 보강목과 연결되어 선반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세개의 선반에 본드를 바른 후 보강목이 있는 뒷쪽 기둥을 선반에 끼웁니다. 그리고 클램핑하여 마를때까지 기다립니다.


근데 이 과정을 지켜보던 마눌님이 잔소리를 시작합니다. 선반의 크기가 다 똑같으니 답답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윗 선반과 중간 선반을 조금 잘라내랍니다. 그럴거면 홈의 위치를 좀 조정해야 하는데 어차피 옆면은 보이지도 않으니 그냥 잘라내기로 합니다.

이미 반쯤 조립된 상태라 자세가 안나오긴 했지만 마눌님이 끝 부분을 잡아주니 비교적 쉽게 등대기톱으로 잘라낼 수 있었습니다. 신경써서 자르니 450mm도 거의 직선으로 잘리네요.


사잇기둥 하나를 연결한 뒤 앞 기둥을 결합합니다. 상판을 톱으로 잘라내니 이렇게 앞쪽 사잇기둥과 굵은기둥 사이가 좁아서 좀 이상합니다.


조립을 하면서 보니 사잇기둥의 홈 위치가 잘 못되었는지 아래 사진처럼 뻥하고 틈이 생깁니다. 왼쪽 정도의 틈이면 그냥 무시하겠는데 저 정도의 틈은 그냥 두기가 좀 그렇죠. 이럴때는 쐐기를 박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저 틈의 높이가 12mm 이므로 12t 집성판 쪼가리를 찾아다가 가늘게 잘라 쐐기 모양으로 만듭니다. 그리곤 본드를 바르고 망치로 툭툭 쳐넣습니다. 본드가 마르고 나면 목심제거톱을 잘라내면 아래 사진처럼 깔끔하게 틈이 막힙니다. 마구리면이 마치 포인트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마감을 할 차례입니다. 마감은 수성 투명스테인 1회와 바니쉬 2회로 합니다. 아무래도 싱크대 옆 선반이니 물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아 바니쉬를 바릅니다. 마감은 마눌님이 하겠다며 나섰습니다. 조립 전에 마감을 하면 더 편했겠지만 본드가 발릴 곳에 마감이 들어가면 문제가 되므로 그냥 조립 후 마감을 했습니다. 그나마 손은 들어가므로 마감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스테인을 바르고 나면 아래 사진처럼 결오름 현상이 생깁니다. 결이 오르면 사포나 대패로 살짝 쳐주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바니쉬까지 모두 마르고 완성이 되었습니다. 마감까지 하고 나니 제법 완성도가 있어 보입니다. 피스는 쓰지 않고 짜맞춤과 목심만으로 만들어 깔끔하고 레드파인의 결도 좋고 바니쉬의 품질도 좋기 때문일 겁니다.


사잇기둥의 마구리가 상판에 노출되는 것은 상판을 받치는 기능과 더불어 상판의 포인트 역할을 합니다. 저렇게 상판을 뚫고 마구리가 나오게 하려면 마구리가 약 1mm 정도 튀어나오게 결합한 뒤 대패로 튀어나온 부분을 날려야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바니쉬까지 모두 마른 시간이 밤 9시였는데 기뻐하실 장모님을 생각해서 바로 선반을 차에 싣고 처가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처럼 설치했습니다. 사이즈가 아담하니 딱 맞네요. 장모님도 아주 좋아하십니다.


요즘 목공할게 많아서 좀 지쳐있었나 봅니다. 그러다보니 집중력이 좀 떨어졌구요. 선반을 만들면서 삽질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디테일이 많이 망가진 선반이지만 제자리에 딱맞게 앉혀놓으니 마음이 뿌듯하네요. 완성하고 나서 한시간도 안되어서 제 손을 떠난 작품이라 아쉽기도 합니다. 마치 딸을 서둘러 시집 보낸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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