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12일 수요일

날교체식 대패 RALI 105N - 쵝오~

언젠가부터 대패가 필요했습니다. 거칠디 거친 각재를 땀 뻘뻘 흘리며 사포질을 하고 나서 스테인을 바르면 다시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나무결들... 그많은 나무 먼지들... 쌓여가는 낡은 사포들... 대패만 있다면 이것들을 당장 ~

그래서 철마 미니평대패라는 걸 한번 사봤습니다. 만원정도의 가격이라 한번 써보고 안되면 말지 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패의 날을 빼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며칠 뒤 카페 게시판에서 검색해서 어떻게 날을 빼는지 알아냈습니다. 날을 위로 밀면서 망치로 대패 양쪽끝을 땅땅 두드리니 어렵사리 날이 빠졌습니다.

빠진 날을 다시 집어넣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어째어째해서 날을 내밀긴 했는데 이걸로 판재를 스윽 밀어보니 한쪽만 패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날의 수평이 맞지 않은거죠. 그래서 이 미니평대패로 모서리를 다듬는데만 사용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포보다 훨씬 능률적이고 먼지도 안나고 좋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된 대패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대패는 크게 서양대패와 동양대패로 나뉘는데 서양대패는 밀때 나무가 깍이는 방식이고, 동양대패는 당길때 나무가 깍이는 방식입니다. 습관상 당기는 동양대패가 편하긴 하지만 동양대패는 날을 내고 튜닝하는게 꽤나 어렵고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공방에서 배워야 하는거죠. 저같은 초보에게 동양대패는 넘사벽입니다.

서양대패의 경우는 비교적 날을 관리하고 튜닝하는게 쉬운편인데 그 중에서도 스위스의 RALI사에서 내놓은 날교체식 대패는 대패의 어려움을 거의 모두 해소한 획기적인 메카니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날이 마모되면 갈아도 되지만 귀찮으면 그냥 면도날 갈듯이 날을 쉽게 교체할 수 있고, 자동으로 날의 수평이 맞추어지며, 간단한 레버 조작으로 날 내밈 정도가 조절됩니다. 제가 찾던 바로 그 대패였습니다.

지난 주 대전 출장을 마치고 조금 일찍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광주시 오포읍에 있는 툴스토리에 들렀습니다. 원래는 RALI사의 220L 이라는 대패를 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툴스토리에서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크더군요. 두손으로 잡고 써야 하는 대패이고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집성판재를 주로 이용하는 저로서는 넓은 판재보다는 각재나 모서리를 다듬는게 주된 용도이기 때문에 한손 대패가 더 적절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뒤져보니 같은 메카니즘을 적용한 RALI 105라는 대패가 있더군요. 적당한 크기에 묵직한 무게...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RALI 105 대패는 105N과 105L 제품이 있는데 105N은 대패집이 세로로 집성된 형태라 변형이 적고 잘 미끄러지는 고급형입니다. 105L은 그냥 일반적인 평면 밑바닥입니다. 105N의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저는 오래 쓸 걸 생각해서 그걸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교체날도 다섯개를 구매했습니다. 기타 드릴스토퍼와 12mm 끌도 구매했습니다.


별도의 설명서는 없고 포장지에 간략한 설명이 되어 있네요. 아래 사진과 같이 48mm 폭의 날을 사용합니다. 날은 양쪽으로 나 있어서 한쪽이 마모되면 갈아서 써도 되고 아니면 뒤집어서 다른쪽 날을 써도 됩니다.


날 높이 조정방법

RALI 대패는 날의 수평이 자동으로 맞춰집니다. 날 교체를 위해 분해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는데 날이 특정한 모양의 홈에 끼워지는 방식이라 유격이 없이 수평이 유지됩니다. 날 높이는 상단의 빨간색 레버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조절됩니다.


위 설명에 있는 것처럼 빨간 레버를 아래로 내리면 날이 밖으로 나오고 레버를 올리면 날이 들어갑니다. 보통 수평에서 약간 내려간 정도가 적당한 날 높이더군요. 대패의 날 높이는 수시로 조정해야 하는데 마구리면을 대패질 할 때는 날을 조금만 내밀어야 하고, 각재를 대패질할 때는 좀 더 내미는 것이 좋습니다. 판재의 경우 얼마나 벗길 것인가에 따라 정하면 됩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때는 레버를 올려 날을 집어넣으면 날이 상할일이 없으므로 편리합니다.

날 교체방법

날 교체방법도 포장지의 한켠에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날을 교체하려면 먼저 날 높이를 조절하는 레버를 위로 끝까지 당깁니다.


다음으로 날을 누르고 있는 지지대를 밑에서 위로 밀어 올립니다.


날을 싸고 있는 날집이 들려지면 손으로 쉽게 벌릴 수 있습니다. 귀여운 동물모양의 홈에 날이 끼워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저 홈 때문에 날의 수평이 맞추어지는 것입니다.


한쪽 날이 마모되었으면 뒤집어서 다른 날을 쓸 수도 있습니다. 양쪽을 다 썼으면 새로운 날로 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해체의 역순으로 다시 조립할 수 있습니다.


덧날 조정

RALI 대패는 덧날과 어미날 사이의 간격도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위의 날교체 과정 중간에 아래 사진처럼 덧날을 눌러주는 지지대를 올리고 나면 화살표가 가리키는 동그란 부분을 날쪽으로 돌리면 덧날이 어미날 끝에 가까워지고 반대로 돌리면 멀어집니다.


덧날은 영어로 Chip Breaker라고 하는데 어미날로 깍여진 대패밥을 세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덧날이 어미날과 가까우면 세밀하고 깨끗한 대패질이 가능하고, 멀어지면 깍이는 깊이가 깊어지지만 뜯겨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 맞는 덧날 세팅을 매우 쉽게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대패질 하기

대패질은 약간의 감각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연습할 나무 동가리를 하나 구해서 거기다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서양대패는 미는 방식이므로 미는 앞쪽에 부재가 움직이지 않도록 블럭을 하나 놓아야 합니다. 혹은 클램핑을 할 수 있으면 단단히 클램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쉬운 대패질은 모서리를 다듬는 것입니다. 모서리 다듬기부터 사포질을 하지 말고 대패로만 다듬어 보세요. 45도를 유지하면서 가볍게 대패를 쥐고 앞으로 뒤로 살살 왕복하면 모서리의 대패밥이 가늘게 나옴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좁은 각재의 대패질에 도전해 보세요. 원래는 미는 방향으로만 힘을 주어 대패질해야 하나 요령이 생기면 밀때 약간 눌러주고 당길때 살짝 들어서 왔다갔다하면서 대패질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날을 조금씩 내밀어 가면서 대패밥 모양을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사진의 대패밥은 날이 약간 덜 나온 겁니다. 대패밥이 가늘고 얇습니다.


자신이 붙으면 레버를 살짝 더 눌러 대패날을 더 내미세요.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이 예쁜 대패밥이 나옵니다. 너무 많이 내밀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표면이 깍여 흠집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항상 가볍게 대패를 쥐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패질 vs 사포질

대패질에 익숙해지면 대패로 평면을 다듬고 나면 굳이 사포질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서리 부분을 부드럽게 라운딩할 때나 약간 필요한 정도입니다. 오히려 400방 사포질보다 더 매끄러운 표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패밥은 덩치가 크기 때문에 먼지로 날리지 않아 집에서 작업하기 편합니다. 소음도 적구요. 하지만 청소기로 대패밥을 빨아들이면 청소기 호스가 막히는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대패밥은 손으로 주워서 쓰레기 봉투에 따로 담고 나머지 자잘한 것만 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대패는 또 앞뒤로 움직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재를 조립하기 전에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부재를 조립하고 나면 대패질을 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때는 어쩔 수 없이 사포를 사용해야 합니다.

최근에 만든 멀바우 책상 다리를 아주 말끔하게 대패질을 했었는데 마감을 하고 나니 그 감촉이 아주 좋습니다. 마치 꿀벅지 같은 느낌입니다. 요즘 대패의 매력에 빠져 부재 다듬는데 너무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다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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