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 그리고 챙겨야 할 것들

결혼하고 10년 동안 저희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두 번 유산한 적도 있었고, 저는 반대했지만 마눌님의 고집으로 시험관 아기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래도 생기지 않았던 아이는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이제 더 이상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며 떠났던 단촐한 여행에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부부의 편안한 마음과 건강한 신체가 아이를 가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습니다.

그 아이가 제 팔뚝에 안겨 칭얼대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구장이 여섯살이 되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자상한 아빠라고 자부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 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항상 걱정이었는데, 어차피 많은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한다면 짧고 임팩트있게 같이 하자라는 생각으로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있기 전 등산/여행/사진찍기가 저의 취미였는데, 아이 때문에 한동안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아이의 수준에 맞게 이 취미 생활을 같이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들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바쁘기 때문에 아이를 숲이나 공기 좋은 곳에 데려가고 싶어도 그러기 힘듭니다. 가봐야 키즈카페나 놀이공원, 놀이터가 다지요. 하지만 아빠가 조금만 부지런을 떤다면 동네 뒷산부터 시작해서 식물원, 동물원, 둘레길 등을 아이와 함께 다닐 수 있습니다. 아이 엄마와 같이 가도 좋지만 되도록이면 아이와 아빠 단 둘이 여행을 떠나는게 좋습니다. 아이와 엄마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같이 하니까요. 엄마 없이 여행을 가는 것이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냥 걷기만 한다면 아이가 지루해하기 때문에 저는 발치에 보이는 조그만 풀과 야생화, 나무열매, 꽃 등의 이름을 아이와 함께 찾아본 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사진으로 같이 찍고, 사진을 같이 보고 식물도감에서 같이 찾아보고 공부한답니다. 이게 바로 생태 체험 아니겠습니까? 굳이 아이를 생태체험 캠프에 보내지 않아도 아빠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다섯살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걷기 여행을 시작했고, 이제 여섯살의 따뜻한 봄이 되었으니 또 걷기 여행을 시작할 겁니다. 걷기 여행이라고 거창한 것 없습니다. 어디로 가느냐 보다는 단 둘이 때로는 온 식구가 길을 걸으며 이야기하고 교감하는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집 앞에 있는 동산이나 공원부터 시작해 보세요. 아이들은 아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이 카테고리의 글들을 통해 아이와 제가 걷기 여행을 했던 곳들을 하나 하나 소개드릴 예정입니다. 꼭 소개시켜 드리는 곳이 아니라도 비슷한 류의 걷기 코스를 찾아 보시면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할 때 꼭 챙겨야 할 준비물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이것들은 메모해 두었다가 길을 나서기 전에 꼭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 물티슈 혹은 화장지 : 말이 필요 없습니다. 꼭 필요합니다. 특히 물티슈는 여러가지로 유용합니다.
  • 손수건 : 땀을 닦거나 여러가지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더운 날은 찬물에 적셔 꽉 짜서 더위를 식힐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이가 실례를 해서 바지를 버린 적이 있는데 큰 손수건으로 간이 치마를 만들어 주었던 적도 있습니다.
  • 갈아입을 옷 : 계절에 맞는 옷으로 속옷, 양말, 상/하의를 모두 여벌로 가져 가십시요. 무슨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실례를 할 수도 있고 물장난을 하다가 옷을 다 버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 비상약과 일회용 밴드 : 가장 많이 다치는 경우가 넘어져서 까지는 건데 이에 대비해 간단한 소독약과 일회용 밴드를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짧은 바지는 입히면 안됩니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반드시 긴 바지를 입혀야 하고 상의도 되도록 얇고 긴 옷으로 챙겨주세요.
  • 모자 : 햇빛이 강할 때는 모자가 필요합니다. 아이의 고운 피부가 상합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선크림을 바르기 싫어하기 때문에 모자가 더 낫습니다.
  • 카메라 : 아이가 즐거워 하는 모습을 꼭 남겨야겠죠? 같이 발견한 풀과 꽃들도 사진으로 찍고요. 간편한 똑딱이 카메라나 화질이 좋다면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충분합니다. 간혹 아이와 함께 DSLR을 들고 여행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마음은 이해하지만 아주 거추장스럽습니다.
  • 스마트폰 : 스마트폰은 여분의 밧데리를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맵 등과 같은 GPS 가능한 지도앱을 꼭 설치하셔서 길을 잃어버렸을 때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북한산 둘레길의 경우 둘레길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는 앱도 있습니다.
  • 연락처 메모 : 이런 일은 있으면 안되겠지만 아이를 잃어버리는 경우에 대비해야 합니다. 다섯살 정도만 되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으므로 아이의 옷 속에 부모님의 비상연락처/주소/아이의 이름 등을 적은 메모를 넣어두세요. 그리고 아이에게 여기에 메모를 넣어 두었으니 혹시 아빠와 헤어지면 주위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길을 떠나기 전 반복적으로 주지시켜야 합니다. 꼭 메모가 아니라도 평소 아빠와 엄마의 휴대폰 번호를 외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물 : 여행을 가기 전 그 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서 중간에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가게가 있는지 혹은 약수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식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여유롭게 식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아빠와 아이 둘이라면 500ml 생수 3병은 들고 가야 합니다. 여름인 경우 생수를 얼려가면 물 소비량이 매우 적어 유용합니다.
  • 간식거리 : 아이들은 몸이 가벼워 지치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쉽게 지쳐 합니다. 이럴때는 약간의 휴식과 간식거리가 큰 도움이 됩니다. 날씨가 선선할 때는 초코바 류가 좋고 더울 때는 과자류가 좋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거라면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 아이가 놀 것 : 아이들은 단순히 걷는 걸 지루해 합니다. 이럴 때 힘들다고 칭얼대지요. 이럴 경우는 잠시 쉬면서 간식도 하고 장난감 등을 가지고 놀게 하세요. 미니카 같은 것도 좋고 우리 아이의 경우 글쓰고 그리는 걸 좋아해서 큰 부피지만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항상 들고 갑니다. 그래서 산에서 들에서 그림을 그리게 하지요. 혹은 문방구에 가면 파는 천원짜리 비눗방울을 준비해 가세요. 비눗방울 싫어하는 아이들 없습니다. 이걸 불어주면 옆에 가던 아이까지 다 달라붙어 뛰어 노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ㅡ,,ㅡ
  • 아이가 멜 배낭 : 아이가 멜 수 있는 조그만 베낭을 하나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자기 장난감이나 간식을 넣어 메고 다니게 하면 의외로 좋아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팽개치고 아빠에게 맡기지만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식물도감 : 둘레길 등 자연을 다니면 많은 동식물들을 볼 수 있는데 새나 벌레같은 동물들은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제대로 관찰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식물들에 대해 같이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점에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가벼운 식물도감을 하나 구입하셔서 예쁜 꽃이나 나무를 볼 때마다 찾아보세요. (물론 아빠는 미리 예습을 하셔야 이게 도감에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압니다) 아이가 무척 좋아하고 여행에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저희는 보리출판에서 나온 식물도감을 들고 다닙니다. 
  •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 이것은 아빠가 모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꽃이 아무리 예쁘다고 함부로 꺾는 행동 등을 하면 안됩니다. 그것들도 모두 생명이고 생명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을 실천해 보여야 합니다. 물론 여행에서의 기념품을 챙겨오는 건 괜찮습니다. 땅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 솔방울, 밤송이, 나뭇가지, 단풍잎 등은 한 두개 정도만 가져 오도록 합니다. 이런 것들이 제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줍니다.
  • 절대 무리하지 말 것 : 다섯살 정도의 아이에게 가장 적절한 거리는 1km ~ 2km 사이 입니다. 제 경험상 2km 이상은 힘들어 합니다. 긴 둘레길 코스라면 2km 이하로 잘라서 여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서 흥미를 붙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 엄마가 싸주는 점심 : 여행은 오전 11시쯤 출발해서 오후 1시쯤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점심 식사를 야외에서 해결하세요. 애 엄마에게 유부초밥을 싸달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밥은 거추장스러운 데다가 쉬기 쉽고 아이가 먹기 힘들어 합니다. 유부초밥이 훨씬 더 간편하고 맛있습니다.

이외에도 생각나는 것 있으면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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