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4일 월요일

공동명의 주택을 구입할 때 유의할 점

저같은 서민들 입장에서 집은 거의 전재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집을 팔고 살때 자신의 전재산을 걸고 계약하는 것이라 이것 저것 신경쓰이는 일이 많습니다. 

제가 작년말에 살던 집을 팔고 새로 집을 사서 이사를 할 때, 이 새로 산 집이 공동명의로 되어 있어서 여간 골치 아팠던 게 아닙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 집을 살 때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공동명의로 된 집을 구매할 때의 유의사항을 제 사례를 통해 꼭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우리집 얘기부터 해보면 저는 집을 두번 구입을 했는데 두번 다 마눌님 단독 명의로 구입을 했습니다. 마눌님에 대한 저의 사랑과 신뢰의 표시(라고 쓰고 마눌님이 무서워서... 가 속마음이겠죠. 쿨럭~)였죠.

그런데 요즘 집을 살 때 부부 공동명의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절세를 하기 위해서인데 대략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부분이 절감이 된다고 합니다. 공동명의라도 명의자 모두 세금을 내야 해서 똑같을 것 같지만, 과세 대상액이 커지면 누진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내는 세금은 준다는 원리이죠.

그런데 집이 한채인 저희로서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투자목적으로 집을 두채 살 여유도 이유도 없구요. 상속세는 10억 이상일 때만 해당되는 데다 기준시가로 과세되므로 더더욱 대상이 아닙니다. 결국 서민들 입장에서는 공동명의로 한다고 절세되는 것도 마땅히 없다는 거죠. 그럼 왜 부부 공동명의를 하는 걸까요? 아내 입장에서는 보통 소득이 있는 남편의 명의로 하는 것 보다 아내의 명의로 하는 것이 든든하겠죠. 이런 저런 절충의 결과로 공동명의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여차하여 갈라질 때도 깔끔하게 명시된 지분대로 하자는 거지요. 이렇게 따져보면 마눌님 명의로 하는 저는 정말 너무 착한것 같습니다. ^^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공동명의로 된 주택을 구입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봅니다. 작년말에 구입을 했던 주택의 경우입니다. 저희가 구매할 주택은 아버지와 아들과 딸 이렇게 세명이 공동명의자인 주택이었습니다. 보통은 부부가 공동명의인데 이 가족은 어머니가 안계셔서 이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매도를 하는 주체는 아버지이고 실질적으로도 아버지의 재산이었죠. 그래서 아버지하고만 계약을 하면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등기부등본상에 지분이 단 1%라도 있다고 표시된 명의자 모두와 매매계약서를 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매매계약서를 부동산에서 작성하고 날인할 때 명의자 모두가 나와서 매도 의사를 증인1이 있는 상태에서 확인하고 직접 날인하는 겁니다. 그런데 계약 당일 공동명의자인 아들, 딸이 회사에 다니느라 바빠 아버지 혼자 나오셨고, 나머지 명의자들에 대한 위임장만 작성해 왔습니다. 근데 그 위임장이라는게 웃긴 것이 정해진 양식도 없고 대리인이 정말로 본인의 의사를 대리하는 것인지에 대한 증명의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인감증명을 같이 첨부하고 인감증명에 찍힌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이라야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는 법입니다.

좀 황당했죠. 부동산 거래에서의 이런 규정들은 어느 정도 상식이라 생각했는데, 매도자 분은 부동산 거래를 거의 해보지 않으셨고 연로하신 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매계약서에 찍는 공동명의자의 도장도 막도장입니다. 예전에는 막도장은 인감으로 등록을 안해줬는데 요즘은 해준다고 그러네요. 그러나 인감증명이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그것도 없이 위임장 하나와 막도장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는게 여간 찝찝한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중하게 부탁드렸습니다. 계약서 작성은 오늘 하고 공동명의자의 인감증명을 명의자 본인에게서 받아오시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불같이 화를 내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사람을 못 믿어서 무슨 계약을 하느냐? 내가 아들, 딸 몰래 집 팔아 치우는 그런 파렴치한 사람으로 보이느냐?" 머 이런 얘기였습니다. 저로서는 계약을 엎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원하는 위치에 좋은 가격에 나온 매물이라 애써 참았습니다. 다행히 중계인이 계약이 파토가 날 상황이 되니 매도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인감증명을 받아오마라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아들, 딸의 공동명의라 약간 다른 면은 있지만 부부 공동명의의 경우 더욱 더 이런 확인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부부는 0촌이라고 헤어지면 남남입니다. 간혹 재수없는 경우 남편이나 아내 한쪽 말만 듣고 주택을 매입했다가 계약에 참여하지 않은 쪽에서 "나는 집 팔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매매 계약은 무효다" 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을 앞두고 있는 부부의 경우 이런식으로 한 쪽에서 주택을 매도하고 매각대금을 챙겨 잠적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소송을 제기당한다는게 꼭 패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찜찜한 구석은 원천적으로 막는게 좋은거죠.

계약 다음날 공동명의자의 인감증명을 받아 왔습니다. 근데 매도용 인감증명2이긴 한데 본인이 아니라 대리로 발급된 것이더군요. 인감증명서의 오른쪽 상단을 보시면 본인이 인감증명을 발급했는지 대리인이 발급했는지를 표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일본인이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했고 매도 물건과 매수자의 인적사항이 정확하다면 아주 좋은 명의자의 매도의사를 표현한 객관적인 자료가 됩니다. 그러나 대리로 발급을 받았다면 아버지가 아들이나 딸의 의사를 묻지 않고 단독으로 발급을 받았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매도자 할아버지의 얼굴이 상기되면서 화를 내시더군요. 자기를 사기꾼 취급한다면서요.... 헐. 매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재산이 들어가는 계약인데 허투루 할 수는 없는거죠. 그런 저의 입장을 이해시켜보려고 했는데 말이 통하질 않습니다. 할 수 없이 일단은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스타트는 시켰습니다. 그리고 매도자의 중계인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제 요구가 무리스러운 거냐고, 매도자의 저런 태도가 정상적인 거냐고. 그 중계인도 제 말에 100% 동의한다면서 자기가 잘 설득해서 제가 안심할 방안을 만들어 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어느듯 중도금 지불일자가 다가옵니다. 중도금을 지불하기 전에 모든 걸 마무리 짓고 싶어서 다시 한번 중계인을 채근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매도자의 집으로 오라는 겁니다. 그 매도인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딸은 결혼해서 나가 살구요. 일단 아들에 대해서는 나보고 직접 와서 매도 의사를 확인하라는 겁니다. 황당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확인하는게 좋겠다 싶어서 아침 일찍 찾아가서 그 집 아들을 만나 매도 의사를 확인하고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인감도장을 분실해서 새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런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매도인의 기분을 엄청 상하게 하면서 저는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해나갔는데, 매도자 본인과 아들의 매도 의사는 확인되었지만 여전히 애매한 부분은 매도자 딸의 매도 의사였습니다. 그 부분도 그날 아침 말하려고 했는데 워낙 분위기가 험악해서 중계인이 말도 못 꺼내게 하더군요.

다행히 계약서를 보니 딸의 인적사항이 나와 있더군요.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전화번호까지 있었습니다. 저는 실례인 줄은 알지만 일요일 아침 그 따님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의 녹음기능을 켠 상태로요. 그리고 그 집을 살려는 사람인데 공동 명의자의 매도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의외로 선선하게 대답을 하길래 본인을 확인하는 질문 몇가지(주민등록번호 일부 맞추기, 아버지 성함, 매도할 집의 주소)를 하고 난 뒤 매도의사가 있는지 명확하게 물어 답을 받아두었습니다.

이로서 저의 찜찜함은 모두 해소가 되었습니다. 옆에서 같이 안달을 한 마눌님도 마음이 편안해졌구요. 애초에 서류와 형식이 갖추어졌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계약이 불필요한 오해와 반목으로 깨질 뻔 했습니다.

나중에 잔금치르고 이사들어갈 때 매도자 어르신께 죄송했고 좋은 집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렸습니다. 어쨌든 어른이신데 제가 지는 척이라도 해야죠. 그분도 마음이 많이 풀어지셨는지 이사와서 잘 살라고 덕담해 주시대요. 저도 그분이 나쁜 마음을 가지고 집을 몰래 팔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형식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람 사는게 이렇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오해하고 목소리 높이다가도 시간 지나면 다 잊혀집니다. 그래도 계약은 계약입니다. 계약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과 구비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그것도 전재산이 걸린 문제라면 더욱더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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